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 소설가 박완서 대담집
김승희 외 지음, 호원숙 엮음 / 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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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등단하였지만 작고하기 전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던 작가다. 23살에 결혼하고 아이 다섯을 연달아 낳고 전업주부로 지냈던 시간, 그 시간이 소중했다고 말한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6.25 전쟁이 터져서 사실상 다녀보지도 못하고 결혼 후 아이를 키우다 복학하지 못해 중퇴상태이다. 그녀는 숙명여고 졸업이라고 말하지, 서울대학교 다녔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모습에서 그녀의 성격이 엿보인다. 그녀가 살았던 집 구리시 아치울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익숙한 지명과 장소에 마치 한 공간에 있던 적이 있었나 착각이 들 정도로 정겨운 느낌이 든다.

여러 작가와 기자들과 소설가 박완서 작가의 대담집을 딸 호원숙 작가가 엮었다. <박완서의 말>책과 중복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작가의 여러 작품들에 대한 대담집이라 그녀의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녀는 페미니즘 작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녀는 페미니즘은 어렵고 잘 모르겠으나 그녀가 살면서 느꼈던 것들을 적어내려고 했다고 한다. 오히려 결혼하기 전과 결혼하고 나서 등단하기 전에는 남녀차별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는데 등단하고 나서 잡지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 장독대를 닦는 모습이라던가, 시어머니 편찮으실 때 머리를 빗는 모습을 연출하라그래서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전업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 나이에 등단하고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일까, 경험 없이 작가가 되려는 사람이 많다. 박완서 작가는 엄마로 지냈던 오랜 세월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가 겪었던 격동의 세월이 고생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고생을 겪으며 잘 기억해놨다가 글로 써야지 생각했다고 한다. 대단하다.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생활을 체험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별한 일상을 사는 사람만 책을 쓴다면 아마 그 책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지 못할 것이다. 전쟁에 대한 글들은 남성의 기억에 의존해 출판되는 책들이 대부분인데 여성이 겪은 전쟁을 글로 풀어냈다는 것이 그 힘든 시대의 중심에 여성도 함께 했음을 보여준다. 자신처럼 드라마틱한 일들을 겪지 않아도 보통 사람의 생활 만으로도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해준다. 사실 평범한 일상, 글이 되지 않는 날이라는 게 따로 있을까.

박완서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은 어머니의 화려한 이야기 솜씨 때문 아니었을까. 정통문학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학창시절 다독한 경험은 가정주부로 오랜 시간 지내고 늦은 나이에 등단해서 다독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나서 박완서 작가에 대해 검색해보니 같은 해에 남편과 아들을 잃었다고 하던데 이후 많이 힘들어하셨다. 그래도 그 이후에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으셨다. 또한 다섯 아이를 다 훌륭하게 키우신 어머니이기도 하다. 배울 점이 많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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