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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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말하는 정상가족이란 이성부부에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말한다. 정상가족이 아니면 행복하지 않고 즐겁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며 오지랖을 떤다. 소설의 제목은 <즐거운 나의 집>이지만 가족의 구성을 본다면 의아하게 보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이 12년 만에 새로 나온 이유에는 앞으로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고 편견을 갖지 말고 바라보자는 뜻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유로운 엄마 아래서 첫 번째 딸로 태어난 위녕은 성이 다른 동생들을 가지게 되었다. 엄마는 이혼을 세 번했다. 여기까지만 듣고도 매우 보수적인 사람은 경악을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말하겠지.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물론 유명 소설가 엄마를 둔 아이들은 가만히 있어도 엄마가 이혼을 세 번 했으며 다 성이 다른 형제들이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게 된다. 알리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고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갈등을 겪는다.

"내 배 아파 낳았는데, 열 달 동안 맥주 한 잔 못 먹고 담배 피우고 싶은 거 꾹 참고 낳았는데, 게다가 너희 낳고 나서 이십 킬로도 넘게 붙은 살덩이들 빼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성도 엄마 게 아니고 얼굴도 엄마 게 없으니…….:(p13)

"위녕,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뿐이야, 하구."(p19)

뭐랄까, 격의 없는 것, 자신이 나에 대해 가지는 사랑이 하늘로부터 받은 천부적 권리임을 굳게 믿는 자의 당당한 같은 것, 그러니까 한때 같은 몸이었던 두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끈이 팔 년의 세월? 그거 별거 아니야 하는 듯 우리를 뛰어넘고 있었다. (p49)

그랬다. 나는 '나쁜 아이표' 명찰을 달고 선 아이 같았다. (…) 한마디로 '제멋대로'인 낙제생. 낙제생들의 가장 큰 불행이 가장 큰 불행이 자기가 공부를 얼마나 못하는지 모르는 데 있는 것처럼 나 역시 그전까지는 내가 얼마나 불행한 줄 몰랐다. 행복이나 불행이라는 단어는 소설에나 나오는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51)

나로 말하자면, 엄마를 만난 후 비로소 그냥 나일 수 있었다. 엄마는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불행했지만 스스로는 불행하지 않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첫 구절처럼 "행복한 집은 고만고만하게 행복하지만 불행한 집은 가지가지로 불행하다"라는 말은 그러고 보니 틀린 것 같았다. 행복도 불행도 가지가지다, 가 더 맞는 것 같았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처럼 그렇게 스스로 행복한 여자가 되고 싶었다.(p58)

이상하게도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 그건 대개 엄마가 불행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부가 불화하는 집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도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그건 엄마가 불행하기 때문일 것이다.(p63)

"사람들은 참 이상해. 엄마가 이혼한 사실만 중요하게 여겨. 하지만 그 이전에 엄마가 세 번이나, 자식을 낳고 오래도록, 어쩌면 영원히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했다는 것은 알려고 하지 않아."(p208)

어른들은 알까, 나도 한참 더 시간이 흐른 후 깨달은 것이긴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는지를. 그냥 내가 나여도 되는 것, 그냥 내가 원하는 말을 하는 것, 그것이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비록 우습고 유치하고 비록 틀릴 수 있을지라도, 무슨 말이든 해도 비난받거나 처벌받거나 미움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을 때, 우리는 얼마나 우리를 잃고 갈팡질팡거리는지를.(p254)

작가의 말에 이것은 소설가 공 아무개의 삶이 아니라 허구라고 밝혀져 있으나 읽는 내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작가의 딸 위녕의 성장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우리는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혼한 가정의 자녀들은 모두 불행할 것이라고, 그러나 이혼하지 않은 가정에 사는 아이들은 무조건 행복한가? 그건 또 아니다. 이혼한 가정이든 이혼하지 않은 가정이든 누구에게나 불행과 행복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나는 소설을 읽는 동안 이혼한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위녕, 제제, 둥빈에게 보다 어머니에게 더 애정이 갔다. 유명해진 상태에서 세 번의 이혼을 감행하기란 세상의 총알을 받아내는 일이다. 어떤 사람은 그녀가 자유로운 사람이라고하지만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는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음을, 그래서 그 사람과 사이에서 사랑의 결실인 아이를 낳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혼한 가정, 즉 비정상적인 가정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그 편견으로부터 고통받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바라보며 슬퍼하고 미안해하는 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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