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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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벌린의 단편소설집인데 읽으면서 '이것 무엇?'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듣는 작가에, 묘한 이야기까지. 서부의 탄광촌, 칠레에서 보낸 10대의 일부, 실패한 3번의 결혼, 알코올 중독, 버클리, 뉴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의 생활, 싱글맘으로 네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한 경험 등을 자신의 현실 인생을 가져와 작품에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버클리와 오클랜드에서 고등학교 교사, 전화 교환, 병동 사무원, 청소부, 내과 간호보조 등의 일을 해서 네 아들을 부양하는 가운데 글을 썼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

이 아이들은 아직 파추코가 아니었다. 그들이 한사코 되고자 하는 갱은 아직 아니었다. 잭나이프를 휙휙 젖히며 책상으로 던지다가 놓쳐서 떨어뜨리고는 얼굴을 붉히는 아이들. "당신은 우리한테 아무것도 보여줄 게 없어." 그들은 아직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깨를 으쓱하고 내가 무언가 보여주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내가 아는 세상은 그들이 대담하게 저항하는 세상보다 낫지 않은데.

엘 팀

"사는게 끔찍하죠, 아버지?"

"암, 그렇다마다."

환상 통증

모두 겁먹고 당황스러워하고, 무엇보다 몹시 수치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언가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때의 느낌. 수치심. 그들 사이에 동병상련의 유대감 따위는 없는 것 같았다.

호랑이에게 물어뜯기다

내가 죽음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좋은' 사람일수록 더 사랑이 많고 행복하고 배려심이 많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생기는 틈은 그만큼 더 작다.

응급실 비망록 1977

"저 사람들은 자기들이 여기에 살고 있다는 걸 바깥세상의 누군가는 알고 있다는 걸 알 필요가 있어. 우리는 저들에게 세상이 곧 바뀔 거라고 말해주지. 희망, 그건 희망의 문제야."

선과 악

화이트칼라에서부터 블루칼라까지 여러 직업을 경험할 수 있었기에 그녀의 자전적 소설이 빛을 발한다. 현실감이 느껴지는 묘사와 감정들은 그녀의 삶이 힘들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녀의 렌즈 속 세상은 그리 밝지 못한 것 같다. 낙태를 하러 갔다가 포기하고 다시 돌아온 내용을 담은 소설을 읽을 때는 왜 여자만 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며, 죄책감과 미안함 여러 감정들이 섞여 아이를 택했을 그녀의 삶이 녹록지 않았음을 알았기에 슬프고 짜증이 났다. 그녀의 삶을 조각조각 단편내어 한데 모아놓은 것이라 처음에는 퍼즐이 아무데나 널려 있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맞추어가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이 올 때까지만 참으면 처연한 그녀의 인생을 위로해 주고 싶어진다. 살고 싶다고 살 수 없고 누구는 살고 싶지 않았을 삶을 살았던 그녀의 소설은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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