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환장 속으로 - 엄마 아빠, 나만 믿고 따라와요, 세 식구가 떠나는 삼인사각 스페인 자유여행
곽민지 지음 / 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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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모시고 자유여행을 떠난 딸 곽민지의 에세이다. 와, 이거 안 보고 만약 내가 부모님을 모시고 떠났다면 큰일 날 뻔 했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편하지만 환장하게 하는 존재, 그 이름 가족. 부모나 자식이나 좋은 곳을 가면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이다. 딸이 부모님을 모시고 스페인을 다녀왔다. 부모님의 '아무데서나 자도 괜찮아~'는 패키지 여행 때 잤던 숙소 급에서의 아무데나고,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아~'는 패키지 여행에서 먹었던 것들과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 그리고 가끔 한식도 꼭 먹어주어야 한다는 것도. 그리고 적절한 때에 화장실을 안내해야한다는 것도. 상대적으로 젊고 자유로운 영혼인 우리와 어른들의 여행은 다를 것이다. 나 혼자 하는 자유여행은 숙소는 매우 후져도 위치가 좋으면 OK이고 맛은 덜하더라도 싼 음식이 최고일 수 있다. 멋진 건물 인증샷 찍고 감탄 한번 하고 지나가면 끝이지만 어른들은 스토리를 사랑한다. 그렇다. 부모님을 모시고 환장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한 순간도 긴장을 놓쳐선 안되며 부가적으로 공부까지 해야한다는 말씀. 가이드를 자처했으니 직업인 가이드와 완벽하게 복제는 못하더라도 따라는 해야한다는 것. 사실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 에세이라? 뻔한 내용 아닐까? 했는데.... 아니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에 하나하나 사소한 배려가 필요했으며 가족이기 때문에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단 걸 간과했다. 가족이기에 서로 배려하다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서로에 대한 배려가 서로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고, 그것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풀 수 있어야 한다. 세 걸음당 멈춰서 감탄하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 부모님에게 '빨리 가자'고 채근하지않고 기다려줄줄 아는 것. 마음에 드는 물건을 두고 계속 집었다 놓았다 비싸다 하는 어머니를 보고 짜증내지 않고 사라고 용기 북돋아주는 것. 여행에서 수동적으로 따라다니는 것이 아닌 나이 든 부모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작은 일 하나 부과해주어 자존감을 높여주어 여행의 만족감을 상승시켜주는 것. 모든 것이 가족 가이드 딸의 할 일이다. 아버지 환갑여행으로 다녀왔다고 하는데 참 부러웠다. 부모님과 자유여행을 꿈꾸는가? 꼭 읽어봐야 한다. 여행 일정 다 짰다고 자만하지 말고 어른의 발걸음에 맞춰 어른의 눈높이에 맞춰 서로가 반발자국 양보해서 만족스러운 여행으로 끝내고 싶다면 말이다


엄마와 아빠에게 이 여행이 새로웠던 이유는 그 프레임 안에 딸이 있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의 예쁜 문보다는 그걸 대차게 열고 들어가는 딸이, 먹은 커피의 새로운 맛보다는 그걸 주문해서 "카페솔로는 아빠 거요, 카페코르타도는 저 주시고요"하고 손짓해서 자기 앞에 오도록 유도한 딸이 더 중요했다.(p85)

좋을 때 좋은 얘기만 하고, 싫을 때 싫다고 얘기하는 건 나처럼 그렇게 살아온 애들이나 할 수 있는 복에 겨운 개인기란 걸 알아야지. 견디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평생을 좋을 때 좋은 말만 하지 못하고 힘들 때 힘들다 하지 않도록 훈련된 것에 대해 내가 뭘 안다고.(p90)

어느 순간, 너무 피부에 와닿는 꿈이 생기면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내가 작아질까봐 지레 겁이 난다.(…) '다음에 또 오자' 같은 흔한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런 날이 또 올까? 너무 또 오고 싶은데, 지금 우리가 보내는 1분 1초가 어떤 것인지, 갑자기 빠르게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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