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 - 독서 인생 12년차 윤 지의 공부, 법, 세상 이야기
윤지 지음 / 나무의철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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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졸업, 듀크대 조기졸업 후 하버드 로스쿨 재학 중인 95년생 윤 지 작가. 자신은 제목에 하버드를 넣고 싶지 않았는데 편집자님의 강력한 조언으로 넣었다고 한다. 나는 속물인가. 사실 제목에 있는 '하버드'에 눈길이 갔고 공부하느라 바쁜 하버드생이 어떻게 시간을 분배해서 책을, 어떤 책을 읽을까 궁금했던 건 사실이다. 이 책은 책에 대한 에세이라 미국 대학 진학 방법이나 공부 방법은 나와있지 않다.

훨씬 어린 나이의 그녀가 외국에서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한다는 사실은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대견하고 기특하고, 또 부럽다. 그녀의 왕관이 있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빛이 나리라 생각된다. 아마 예전의 나 같으면 열등감에 취했을 수도 있다. 그녀가 책을 읽어 느꼈던 것처럼 인생에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지금 나는 평지를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예전의 나처럼 인생을 오르막 아니면 내리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길을 떠올릴 때마다 숨이 막혀 지금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으면서 자기만의 들판을 만나기를 바란다. 자기만의 들판에서 우리는 누구라도 될 수 있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45p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내 인생은 이 책들 안에 있어. 우리는 딱 장편소설은 아니야. 우리는 딱 단편소설은 아니야.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개브리얼 제빈, <섬이 있는 서점>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혼자가 아니며 쓸모없는 사람도 아니고 작가와 은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이 있어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세상과 단절된 상황에서 내가 세상과 건전하게 소통하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밖에 없다. 책을 읽음으로써 자아도 찾고, 내 안의 어린아이와 대면하고, 그로 인해 나의 아이들과 진심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책을 읽기만 하다가 작년부터 서평을 쓰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사람들과 책에 대해 나누기 시작했다는 그녀. 자기가 쓴 글을 직접 원고 청탁하여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이 부럽다. 나 또한 서평을 쓰지만 부족한 글이라 누구에게 보이기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데 자기가 자신을 믿지 않으면 누가 나를 믿고 용기 내라고 해줄 것인가. 참 어린데도 불구하고 당차고 본받을 점이 많다. 완벽해 보이는 이력 뒤에 그녀의 고통을 들여다볼 때면 어느 누구도 타인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없으며 그렇기에 함부로 말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왕관을 얻기까지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공부를 했을 것이며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해 지쳐갈 때도 쉬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소개해주는 책들 중에 읽은 책도 다수 있기 때문에 그녀가 느낀 점과 내가 느꼈던 점을 비교할 수 있어 좋았다. 같은 것을 느꼈을 때는 반가움과 신기함, 다른 것을 느꼈을 때는 역시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또 이렇게 나의 가지치기 독서는 이어진다. 그녀가 소개한 책들 중 몇 권은 나의 '읽을 책' 리스트에 들어갔다. 그녀와 나, 둘 다 책을 사랑해서일까, 왠지 벌써 친구가 된 느낌이다. 그녀의 인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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