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해줄게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재원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았지만 그의 작품을 보고 낯설지가 않았다. <비스티 보이즈>,<소원>, <터널>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세 개나 된다.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고 '우리'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작가다. 이 작품 <행복하게 해줄게>도 2015년 1월 10일 청주에서 당시 29세 가장이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다 뺑소니 당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케이크 못 사고 크림빵 사가서 미안하다, 앞으로 태어나는 아이에게 훌륭한 부모가 되자고 말하는 그는 그저 선량하고 착한 시민 중 하나일 뿐이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부부도 착하다. 너무 착하다. 무식한 게 가난하다고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돈도 없으면서 대책 없이 애를 낳는다고 욕한다. 무식해서 가난한 게 아니라, 가난해서 무식한 거라고 책 속의 아내는 말한다. 월급을 받지 못해도 노동청에 신고하지 못하는 건 그동안의 돈을 받지 못할까 봐 약자이기 때문이며 국민의 힘을 모르는 게 아니라 그 한 시간은 6000원 벌 수 있는 시간이기에 촛불집회에 나가지 못하는 거라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기준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비난을 한다. 잘못인 걸 알면서도 아닌 걸 알면서도 감사합니다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현실, 한 푼 한푼이 아쉽고 그 한 푼이 없으면 아내와 자식이 굶어야 하는 사람에게 왜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느냐, 왜 야간수당도 못 받고 일을 하느냐 누가 욕할 수 있는가. 왜 뼈가 부러졌는데도 퇴원을 하며, 만삭의 몸으로 한 장에 10원짜리인 마스크팩을 포장하는지, 왜 몸을 그렇게 혹사시키느냐고 누가 그들에게 비난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가해자를 비난하기 보다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한다. 착한 사람들은 이중으로 고통을 당한다. 책 속의 부부가 너무 착하다. 두 번의 뺑소니를 당하고, 너무 가난해서 아이에게 장난감 하나도 못 사주고 임신해서도 먹고 싶은 족발 하나를 못 사 먹어도, 뺑소니 가해자를 잡고 나서 '용서해 달라' 말하는 부부. 첫째 아이와 태어날 둘째 아이에게 훌륭한 부모가 되고 싶기에 자신을 치고 버리고 간 가해자를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의 가난한 삶이, 가난하지만 사랑으로 감싸고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슬퍼서, 실제 사건이 모티브이기에 지금 남편을 잃은 아내는,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걱정이 되고 마음이 아프다. 가족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일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겼던 아빠는 편히 눈을 감았을까.


"어려운데 왜 아기까지 낳느냐는 말이 전혀 와닿지 않았어. 내겐 희망이니까. 내겐 기적을 가져올 소중한 가족이니까. 우리 가족이 아니었다면 진작 포기하고 참지 말아야 할 일들까지 견딜 수 있는 강한 내가 됐으니까." (63p)

사람을 믿은 우리가 비난받아야 할 일이 무어냐고. 믿었던 사람들을 배반한 그들이 잘못한 거 아니냐고. 초등학교 때 배운 그대로를 실천한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면박당해야 하냐고. 착하게 살라고 배워서 그렇게 살아온 게 잘못이냐고. 세상엔 착한 사람들이 더 많다고 여기며 살아왔단 이유로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라 불려야 하는 거냐고. 이용당한 나와 남편의 잘못이 아닌 이용한 그들의 잘못이 아니냐고.(148p)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시네."

(……)

"우리 엄마답네."

"아이들도 우리도 꼭 행복한 모습 보여달라시네."

"어른들이 원하는 게 뻔하지."

"해준 거 없이 행복하라고 해서 미안하다시네."

"부모니까. 미안하기도 하겠지."

"그래도 근심 없이 사는 거 보고 싶다 하시네."

"자식 걱정하는 부모들의 흔한 바람이지." (180p)

배운 게 없어 가난하다고 생각했던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앞만 달려보며 돈을 버는 것. 그래서 악착같이 벌어 아이들을 대학 보냈지만 자식들 또한 자기들처럼 일만 하며 살고 있다. 최소한의 여가생활도 누리지 못한 채.

누구도 독신으로 살라 말하지 않았지만, 독신을 고집해야만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앞날까지 계획할 정도의 여유 있는 삶은 진즉에 단념했다. 나 자신을 낮추고 위로 삼는 편이 훨씬 나았다. (200p)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되곘어요. 만족할 뿐이지. 사소한 만족을 행복으로 포장할 뿐이지. 만족과 행복은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말이거든요. 뜻도 다르고요. 하지만 우리는 하나로 포함시켜버리는 것에 익숙해 있잖아요.(21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