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데 왜 아기까지 낳느냐는 말이 전혀 와닿지 않았어. 내겐 희망이니까. 내겐 기적을 가져올 소중한 가족이니까. 우리 가족이 아니었다면 진작 포기하고 참지 말아야 할 일들까지 견딜 수 있는 강한 내가 됐으니까." (63p)
사람을 믿은 우리가 비난받아야 할 일이 무어냐고. 믿었던 사람들을 배반한 그들이 잘못한 거 아니냐고. 초등학교 때 배운 그대로를 실천한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면박당해야 하냐고. 착하게 살라고 배워서 그렇게 살아온 게 잘못이냐고. 세상엔 착한 사람들이 더 많다고 여기며 살아왔단 이유로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라 불려야 하는 거냐고. 이용당한 나와 남편의 잘못이 아닌 이용한 그들의 잘못이 아니냐고.(148p)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시네."
(……)
"우리 엄마답네."
"아이들도 우리도 꼭 행복한 모습 보여달라시네."
"어른들이 원하는 게 뻔하지."
"해준 거 없이 행복하라고 해서 미안하다시네."
"부모니까. 미안하기도 하겠지."
"그래도 근심 없이 사는 거 보고 싶다 하시네."
"자식 걱정하는 부모들의 흔한 바람이지." (180p)
배운 게 없어 가난하다고 생각했던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앞만 달려보며 돈을 버는 것. 그래서 악착같이 벌어 아이들을 대학 보냈지만 자식들 또한 자기들처럼 일만 하며 살고 있다. 최소한의 여가생활도 누리지 못한 채.
누구도 독신으로 살라 말하지 않았지만, 독신을 고집해야만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앞날까지 계획할 정도의 여유 있는 삶은 진즉에 단념했다. 나 자신을 낮추고 위로 삼는 편이 훨씬 나았다. (200p)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되곘어요. 만족할 뿐이지. 사소한 만족을 행복으로 포장할 뿐이지. 만족과 행복은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말이거든요. 뜻도 다르고요. 하지만 우리는 하나로 포함시켜버리는 것에 익숙해 있잖아요.(21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