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파 베스티어리
혜로 지음 / 휴앤스토리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희창은 자신의 논문 주제를 위해 동물원에 사는 암호랑이 비터를 탄자니아의 야생에 풀기로 한다. 수사자와의 교미에서 태어나는 라이거가 야생에 잘 적응하는지 호랑이와 사자가 합쳐졌으니 야생을 지배할 알파가 될 것인지 연구하기 위해서다. 외동아들로 부족함 없이 자라고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희창은 논문 표절 논란으로 실추된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다. 동물원에서만 자랐던 비터는 쾌적한 환경, 가만히 있어도 주어지는 양질의 식사로 만족하면서도 지루함 때문에 야생에서의 삶을 상상해본다. 비터는 탄자니아의 야생 동물원에 가게 된다. 그곳에 도착해서 비터는 처음에 다정하고 잘생긴 아판데에게 마음을 빼앗겼지만 결국 자기와 아이들을 잘 지킬 수 있는 알파 세이드를 선택한다. 암사자들과 사냥에 나서는 것도 힘이 들고 8번째 아내인 막내로 살아가는 것도 힘이 든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 책임과 고통을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고 희창 역시 자신의 이기심으로 비터를 야생에 몰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강한 수사자 알파만이 일처다부제를 누리며 사는 모습을 보고 인간 세계에서도 힘 있고 돈 많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동물의 세계나 인간의 세계나 사는 세계는 비슷하다. 아무리 배고픈 순간에도 인간은 위험한 존재니 절대 공격하지 말라는 사자 무리들을 보면서 인간 스스로는 자신이 성인인 척 구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 인간이 많은 동물들을 마음대로 학대하며 좌지우지하며 살기 때문에 동물의 눈에는 자신들의 종족을 위협하는 한 생물에 불과할 뿐이다.
비터가 반한 수사자 아판데는 자신만 사랑하는 다른 수사자들과 다른 줄 알았지만 그도 역시 강한 알파가 되어 여러 이성을 거느리고 종족 번식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조카들을 죽이고 형과 싸웠지만 결국 패 한 알파는 멀리 떠날 수밖에 없었다. 매우 똑똑한 비터는 수사자만이 알파가 되고 암사자들만 사냥을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고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암컷이지만 알파가 되기 위해 세이드와 싸운다. 세이드는 자신의 힘이 다 하지 않았음에도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중단하였고 그 모습에서 한 가정을 지키는 가장의 모습을 보았다. 한 무리의 알파가 되기 위해서 강한 힘뿐만 아니라 자기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희창은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비터의 아기들을 구해줬었기 때문에 살 수 있었다. 우리는 왜 동물을 자신보다 아래 생물로 보는가. 희창이 비터의 아이들을 구해주고 비터가 희창의 목숨을 구해주는 모습처럼 서로 도와가며 살아갈 순 없는 걸까?
아름이 졸라서 탄자니아까지 가긴 했지만 여자라고 빨래만 시키고 구박 주고 하는 모습을 보고 이 작가가 여성 혐오를 가지고 있나 읽는 동안 불편했으나 작가의 의도였다. 남자들 사이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독해져야 한다는 그릇된 욕망이 넘쳐 결국 자멸하고 마는 선주의 모습은 이 세상에서 여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는가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치타 하라카는 아이들에게 사냥하는 것을 정성껏 가르쳐주고 성인이 된 아이들을 미련 없이 보낸다. 인간보다 더 성숙한 모습이다. 하라카는 사자에게 아이들을 잃어서 슬프지만 잊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자식들을 정성스럽게 키워 독립시켰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우리가 대신하면서 독립을 못 하게 막는 건 아닐까? 아이가 성인이 되고 심지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도 품 안에 놓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이 과연 자식들을 위한 길일까. 세상이 험해 그렇다고 하지만 동물의 세계는 더 험하다. 더 강한 동물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당연한 것이기에 그렇게 한다.
중간중간 노래를 부르는데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나 스스로 뮤지컬을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읽어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