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 - '엉뚱한 질문'으로 세상을 바꾸는 SF 이야기 내 멋대로 읽고 십대 3
김보영.박상준 지음, 이지용 감수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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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훌륭한 작가들이 미래와 이상향을 상상하고, 진보적인 생각을 펼쳐 내는 장르다. 현재의 과학 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사고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SF 장르는 뜬구름 잡는 상상력이 가득한 소설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고전 소설들에 나온 내용들이 지금 많은 부분 실현된 걸 보면 미래를 알기 위해서 여러 SF 작품들을 만나보는 것이 좋겠다 생각이 든다.

미래에서 온 로봇 봉봉이가 인류 종말을 막기 위해 자신의 기억이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다. SF 작가 지망생, SF 덕후, 공대 척척박사, 기자와 직원까지 다섯 명이 벌이는 토론 주제는 우리가 한 번쯤 상상해보았을 법한 것들이다. 덕후 상덕이는 이 책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겠지만 SF 소설과 영화에 빠삭한 그가 멋져 보였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자아는 '나' 개인 하나뿐이다. 다른 사람의 주관은 확인을 할 수 없다. 사람은 '인격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만약 로봇이 '인격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면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인격을 가진 것으로 사람임을 구별한다면 로봇에게 사람 인격을 넣으면 로봇은 사람이라고 봐야 할까?

어쩌면 로봇이 '살아 있는가'의 질문의 답은, 과연 그 사회가 무엇을 '살아 있는가'로 정의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며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이나 여자나 아이가 완성된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았을 때도 있다고 말한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준에 의해서 우리는 '맞다, 아니다'라고 가르는 것 같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사람의 인격을 가진 로봇도 사람처럼 대우해야 한다고 하면 아마 우리는 그래야 할 것이다.

로봇을 사람처럼 만들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로봇은 인간과 닮지 않게 만들 때에 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개성 있는 존재로 남아 있고 로봇은 완벽한 존재로 만들어서 인간을 보완해주는 일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AI 이 널리 퍼지면 계산, 암기, 단순노동 같은 분야는 로봇이 대체하고 인간은 창작 분야에서 일을 할 거라고 한다. 인간이 로봇을 대체한다는 가정에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로봇이 많은 일들을 대신해주어 인간은 더 여유 있고 휴식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 실험에서 로봇이 상담해줬을 때 많은 사람들이 더 만족을 했다고 한다. 인간은 같은 얘길 오랫동안 지긋이 들어주지 못한다. 짜증 내고 말 자르고, 그러나 로봇은 '그렇군요.','네.'처럼 공감의 말을 해주니 오히려 더 힘이 되었다고...

우리는 많은 세대 동안 성별은 단 두 개로만 나뉘었다. 하지만 요즘에서야 성별이 두 개로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실 신체적 모습으로 본다면 두 개로 나뉠 수 있지만 성호르몬은 남녀 양쪽이 다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생물학적으로 남녀는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성별이 두 개뿐이라는 개념 때문에 차별이 생긴다.

상식적으로, 다른 성별을 차별했을 때의 결말은 멸종뿐이죠. 두 성별이 서로 돕고 사랑해야 종족을 번식할 수 있잖아요. (……) 젠더 차별은 어쩌면 사실은 인류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유전자의 전략일 거라고요. 사실 지구에 인류가 너무 많으니까요. 남자를 아무리 줄여도 인구는 줄지 않아요. 하지만 여자를 줄이면 인구는 확실하게 줄죠. (93p)

현대 사회는 암기력보다 정보 검색과 수집을 더 요구하죠. 기록의 대부분을 기록 장치에 맡길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ADHD를 지닌 이들은 집중과 암기에는 약해도, 정보 수집과 멀티태스킹에는 훨씬 더 능하다고 해요. 그런데도 ADHD는 지금 같은 반복 안기 위주의 전통 교육 체계에서는 고통스러운 장애로 인식되는 거죠. 어떤 사람들은 만약 현대의 교육이 아이들을 들판에 풀어놓고 창작력과 아이디어를 보는 방식으로 변한다면 ADHD 아이들은 천재로 불릴 거라고 해요. (132p)

자폐나 ADHD는 그 장애를 갖고 있는 본인 자신에게는 불편이 없는데 그들의 불편은 단지 주위 사람들과 맞추기 위해서 생겨나는 불편이라고 한다.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나누어서 다수인 정상인 집단이 소수인 비정상인 집단을 불편한 존재 장애가 있는 존재로 도장 찍어 놓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지구 멸망이라고 하면 인간 기준에서 인류 종말을 지구 멸망이라고 한다. 얼마나 오만한 말인지. 이미 여러 생물종은 상당수 멸종되었다. 공룡이 멸종하던 시기에 생물이 사라지던 속도보다 지금 생물이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한다. 어쩌면 인류 종말은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 두려움에 다른 행성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계속해서 지속되고 있고 가장 유력한 후보는 화성이다. 그러나 화성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화성에 온실 효과를 일으키면, 선순환으로 화성의 기온이 점점 오를 거라고 한다. 화성에 우리가 모르는 작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면 우리가 이주하기 위해 행하려는 테라포밍으로 인해 일종의 대멸종을 일으키게 된다. 예전 서양인들이 원주민을 학살한 것과 같은 짓을 하게 되는 것이다. 3000년에 인간이 살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살아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최초의 인류로 보고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으니까.

미래가 두려울 때 SF가 만들어낸 미래의 모습을 보면서 상상해본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잡는데 조금 도움이 될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만 지어낸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과학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실제로 미래의 일들을 예측이라도 한 듯한 소설들이 많았다. 학창시절에 지구과학 과목을 재미있어해서 이 책의 주제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더구나 SF 문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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