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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평점 :

부모는 돌아가셨고, 애인도 자식도 없고, 친구도 거의 없고, 번듯한 직장은 있으나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거의 없는 독신녀. '자식을 갖기에도, 한 남자를 갖기에도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생각하는 실비는 무의미한 삶을 끝내기에 가장 매력적인 선택이 자살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진정한 '나'를 알기 위해 두 달이란 시간을 자신에게 준다. (206p)
자살 날짜를 12월 25일로 정한 실비, 집 근처에 이름이 마음에 드는 심리치료사를 찾아간다. 심리치료사는 그동안 못해봤던 일들 어차피 죽을 거니까 하나씩 해보라고 한다. 브라질리언왁싱도 해보고 도둑질도 해보고 처음 만난 남자와 하룻밤 정사도 치렀지만 자살에 대한 마음이 변함이 없었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여성 노숙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이끌리듯 걸어가 손을 잡아준 실비.. 아무에게도 눈길조차 받지 못했던, 오히려 혐오의 대상이었던 그녀가 실비 앞에서 죽었다. 부검 결과 암이 온몸에 전이되어 매우 고통스럽게 죽었을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기에 삶의 마지막에 지하철 역사 안에서 아무에게도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고독하게 생을 마감했을까? 실비는 자살이 자신의 삶을 매력적으로 끝내게 해줄 거라 생각했지만 노숙자의 죽음을 보고 고독한 죽음은 절대 매력적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노숙자가 자신을 대신해서 죽고, 그로 인해 자신은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그녀. 노숙자를 위해 새 옷을 선물하고, 장례를 치러주기까지 한다. 이제 자신을 위해 살기 위해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었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실비의 행동을 보고 심리치료사 또한 치유가 되었다. 그의 아버지 역시 노숙자로 길거리에서 죽었고 그것이 그에게 트라우마가 되었던 것. 실비에게 노숙자의 마지막에 함께 해주어 고맙다고 한다. 그 둘은 이제 친구가 되었다.
45세의 독신녀, 부모가 시키는 대로 자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고 살았다. 애인도 친구도 자식도 없는 자신의 인생은 우울하다고 생각했고 끝을 내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다. 그랬던 그녀가 외면받는 존재인 노숙자를 통해 새로 태어나는 과정은 내게 작은 감동을 주었다. 자칫 우울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실비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재치로 풀어놓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나도 한 번 '나라면' 못할 것 같은 일들을 저질러볼까? 어차피 아무 일도 안생길텐데? 하는 용기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