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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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지 않으면 늙어서 두고두고 아쉬워할 일들, 그것들은 꼭 하고 싶은 것이다. 어린 내 누이는 그런 일을 그저 손으로 꼽아만 보다가 내 품에 안겨 숨을 거뒀다. 나는 그래서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면 그 결실까지도 반드시 맺고 싶은 것이다. 내 열정의 최고치를 반드시 갱신하고 싶은 것이다.

38p

생각해보면 나는 경쟁심도 만만치 않았고 질투를 하기도 했다. 낙오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속이 부서지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남이 잘 해놓은 것이 사라지기를 바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파괴돼서라도 나와 비슷해진다면 하고 바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게 공평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더라면 나는 이 정도만큼도 살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309p

앞날은 지금 나한테서 출발한다. 삶에는 승리보다 더 고귀한 것이 있다. 나는 살고 싶은 것이다. 속에서 솟구치는 삶, 진정한 삶을.

410p

달을 거닌 사람들은 대단한 모험을 한 것이지만 의외로 달은 가까운 곳에 있답니다. 우리가 다다라야 할 가장 먼 곳은 우리 마음 속에 있어요…….

419p

우리는 무중력에서 오래 살 수가 없어요. 지상으로 돌아와야 해요. 제 생각은 평범해지겠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평범했지만 앞날로 나아가는 이런 팀워크를 통해서 비범한 데까지 갈 수 있는 거예요. 우리는 한때 대단한 것처럼 주목받을 수는 있지만 비범한 듯이 오래 남을 수는 없어요. 때가 되면 평범으로 돌아와야 해요……. 그러려면 연민을 지녀야 해요. 간발의 차이로 저의 뒤에 서야 했던 사람들에게…… 그들은 더 헌신적이어서, 그리고 어쩌면 운이 없어서 뒤에 섰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는 다들 발사장에서 불운의 질투를 피하려고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 이미 지켜봤잖아요. 제가 그런 마음일 때 설령 모나고 모자란 곳이 있어도 남들이 보살펴주려고 하지 않겠어요? 이것이 제가 이진우라는 사람에게서 배운 것이에요.

424p

너는 끝까지 가보았으니까. 그 말이 마치 성큼 걸음을 내딛듯이 나에게로 들어왔다. 너는 끝까지 가보았으니까…… 꿈이 스러져가도 최대치를 다했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는거야.

442p


우주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꿈에 관하여, 최선을 다한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러시아로 갈 수 있는 인원은 네 명, 치열한 경쟁, 힘든 훈련을 통과하고 나서 네 명이 남는데 그중 한 명만이 우주로 갈 수 있고 한 명만 백업을 맡는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되기 위한 치열한 노력들... 힘든 훈련을 함께 하며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이지만 한 명만 최초의 우주인이 된다고 생각하면 진심으로 상대방이 잘 되길 빌어줄 수 없는 마음... 주인공 이진우는 자신이 잘 되기 위해 남을 파괴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네 명의 우주인 지망생들의 각 특징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았다. 네 명 중 한 명은 여성인 김유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터넷에서 '여자라서 뽑아줬다'는 노력을 폄하하는 댓글 공격에 상처를 입는다. 친하게 지내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질투했다가 위로했다가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들을 가지고 정치놀음을 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자신에게 해가 될까 서로 눈치만 보지 않고 이진우가 자신이 우주인이 안 될까봐 불안해하면서도 앞으로 나가 해야 할 말을 조리 있고 예의 있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나중에 일을 하게 돼서 부당하다고 생각할 때 이런 식으로 어필을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최초의 1인이 이진우가 되었지만 어떤 오해로 인해 위험에 처했다. 결국 누가 우주인이 될 것인가 끝까지 긴장의 끝을 놓을 수 없었다.

우주인이 되겠다는 꿈 하나로 달려온 사람들, 한 명만이 실제 우주로 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세 명은 실패한 인생일까? 그들은 끝까지 노력했다. 결국 우주인이 되겠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후회 없이 끝까지 가보았다. 실제 공군사관학교 교관 출신인 사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진우는 말한다. 최대치까지 가보았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그들은 모두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내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서 스스로 최대치까지 노력했다고 느낀 적이 있었을까? 이런저런 핑계로 중간에 도망 치진 않았는가? 아니, 먼저 내가 진짜 원하는 꿈이 있기는 한 걸까? 우주인이 되기 위한 과정들 그 과정에서 느끼는 인물들의 감정들도 인상 깊었지만 이 책은 내게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최대치로 노력해본 적이 있느냐라고 묻는 것 같았다. 열정을 가지고 노력을 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글들을 실어놓은 자기계발서가 판치고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럼 노력할 필요 없겠네'가 아닌 후회하지 않도록 최대치의 노력을 하고 나면 미련을 갖지 않고 다시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겠다고 깨달았다. 우리는 무중력에서 살 수 없다 결국은 지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우리가 비범한 성공을 이루었더라도 내리막은 있다. 다시 평범해진다. 그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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