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음속에 자기만의 '무늬'를 가지고 있다. 타고난 기질과 성장 과정의 경험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새겨지는 마음의 무늬가 오늘의 우리를 만들고 그 무늬가 우리 인생에 어떻게 드러나는지 알 수 있다. 타고난 기질과 성장 경험으로 인해 새겨진 마음의 무늬를 변화하고 싶다면 자기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보아야 한다. 그 과정이 즐겁고 쉽지만은 않을 테다. 변하고 싶다는 것은 좋지 않은 모습일 테고 그러한 자신의 본얼굴을 맞이하는 것이 즐겁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식의 조언은, 개인으로 하여금 사회구조적 문제를 부인하고 무력한 현재를 받아들이게끔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마음수련','심리적 성장','힐링' 열풍 속에서, 사회의 문제조차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로 떠안으며 스스로를 질책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은, 나 자신의 문제 때문이 아닐 수도 있어요.
50p
상담을 통해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부인하기 위함도 아니고, 자신을 질책하기 위함도 아니다. 나를 갉아먹고 망가트리는 고질적인 습관이나 패턴을 알아차리기 위함이다.
'정서적 결핍'은 삶에서 흔히 공허함, 외로움으로 나타나며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 속에 방치된 느낌으로 그 실체를 드러냅니다. 결핍되고 부족한 느낌에 사랑을 좇으면서도 다가오는 사랑조차 멀리 쫓아낼 수밖에 없는 굴레를 쓰고 있는 셈입니다.
134p
은율 씨는 심리상담을 통해 과거의 기억에 직면하면서 억압해두었던 감정들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자신을 학대하고 방치했던 부모님을 충분히 미워하는 동시에, 그들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바람이 좌절되었음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신에 대한 연민, 그리고 미숙함으로 인해 자식에게 불행을 대물림해줄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에 대한 연민도 경험했습니다. 아직까지 부모님을 용서할 수 없지만 지금 현재 자신 또한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하고 있기에, 인간의 불완전함을 수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196p
현재의 나는 성장 과정과 굉장히 밀접해있다. 성장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은 주 양육자다. 부모 아니면 다른 사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내가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해 생각했다.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 아닌 내가 낳고 싶어 낳은 아기에게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내 아이에게 마음이 무늬가 새겨지고 그 무늬는 내 아이의 평생 동안 영향을 끼친다. 심리서를 읽다 보면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다. 나 또한 부족한 인간이고, 우리 부모도 부족한 인간으로 나를 키웠기 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엔 내가 싫어하는 부모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원망하기 위해 성장 과정을 돌아보는 게 아니라 부모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의 문제가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돌아보아 수용하고 변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어차피 지나간 나의 성장 과정에 있었던 부모의 미숙함을 욕해봤자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다. 나도 내가 정말 싫어하는 내 모습이 아빠를 꼭 빼닮았다. 아빠는 다혈질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특히 내게 화를 많이 내셨다. 나도 가끔 내 아이에게 내 아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화를 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싫고,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원망만 하고 끝이라면 절대 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피하고 싶은 대물림을 할 순 없었다. 원인을 알았기 때문에 화가 울컥하려고 할 때 나의 어릴 적 아버지가 그러면 굉장히 무섭고 싫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내가 바뀌고 싶은 문제가 있을 땐 나의 상처를 마주해야 한다. 이유 없는 행동은 없었다. 내가 심리상담사는 아니지만 가장 가까운 부모나 남편을 보아도 그들도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것들 때문에 현재 그들이 완성되었고 그로 인해 약한 부분이 드러나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내 마음에 어떤 무늬가 새겨져 있는지 마주하여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구성한 사연을 바탕으로 상담을 해주는데 사연들이 특별한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혹은 내가 겪은 것들이라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주변에 마음이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 별일 아닌 걸로 욕을 하고 화를 내고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다. 그들 내면을 들여다보면 마음속 상처가 깊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전문가를 통해 상처를 치유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