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 김현의 詩 처방전 시요일
김현 지음 / 창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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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수유 중 가장 힘이 들 때는 새벽 3-5시 사이에 깨서 수유할 때다. 그 외 시간은 수유하면서 이북으로 책을 읽는데 도저히 저 시간에는 눈을 뜨기도 힘이 든다. 사연을 읽어주고 시 처방을 내려주는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를 들었다. 두세 번은 들은 것 같다. 사연을 읽어주고, 시를 읽어주고, 처방을 내려준다. 김현 시인이 자신의 글을 직접 읽어주어서 성우처럼 목소리가 녹아들진 않더라도 진정성이 더 느껴졌다. 사연들은 평범했다. 그래서 내 사연이거나 혹은 내 주변 사람의 사연같이 들렸다. 누구나 위로받을 수 있었다. 사연들은 그저 '나 좀 위로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는 위로하면 된다. 그것이 시로 위로받다 보니 더 감동적이게 다가오는 것 같다. 시라는 것이 구구절절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내보이는 것, 마음이 통하는 게 아닐까.

용기가 없어 주저한다는 사람에게는 '용기를 내기 위한 주저는 용기 밖의 일이 아니라 용기 안의 일이라는 생각'이라고 용기의 씨앗을 갖고 있다고 위로해준다.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을 비정상으로 분류하는 세상에서 작가님의 처방을 기다리는 독자에게,

인권이란 결국 너의 존엄을 나의 존엄으로 여기는 사랑의 행위겠지요.

인생은 방향이지 속도가 아니라는 말에 인생 대신 인권이나 사랑을 넣는다면 이미 사랑의 방향을 세운 것, 그렇다면 속도는 상관이 없다

언젠가부터 다름이 틀림이 되었을까. 성별로, 피부색으로, 태어난 나라로, 성 정체성으로, 우리는 무수한 이유로 다름을 틀림으로 착각한다. 특히나 보수적인 한국에서 독자는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인생은 방향이지 속도가 아니라는 말에 인권을 넣어 사랑의 방향을 세웠으니 속도는 상관이 없다는 말이, 제3자인 내가 들어도 참 울컥했다.

어떤 이별이든 이별은 힘이 든다. 연애는 한 채의 집이다. 그 집이 무너지기 전에 들고 나올 건 들고 나와야 한다. 우리는 이별할 때 비로소 하나의 연애를 완결하게 된다고 한다. 이 말을 20대 초반에 이별을 겪을 때 들었더라면 이별에 대한 준비로 인해 조금은 덜 힘이 들지 않았을까, 아니면 연애를 완결시키기 위해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사소한 실패 때문에 괴로운 당신, 김현 시인도 실패를 반복하면서 성취 중이라고 한다. 우리는 무수한 실패를 겪고, 또 무수한 성취를 이룬다. 실패에 괴로워하지 말고 우리는 늘 실패하고 성취하는 사람임을 인정하면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시라는 게 어렵게만 느껴져서 가까이 하기가 힘이 들었는데 이렇게 접해보니 시라는 것이 참 마음을 울리는 글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미사여구나 구구절절한 부연설명 없이도 사람의 마음 속에 화살 하나를 쏘는 것, 그것이 시였다. 가족이 모두 잠든 밤, 엄마 젖을 먹는 아이를 바라보며 듣는 시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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