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우리를 둘러싼 소문이 있었고 우리는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가끔 착한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끔찍한 짓을 저지를 때도 있다. 하키팀의 스타였던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폭행했다. 그리고 우리는 길을 잃었다. 공동체는 선택의 총합이고 두 아이의 진술이 엇갈렸을 때 우리는 그를 믿었다. 그게 더 쉽기 때문이었고, 여학생의 말이 거짓말이라야 우리가 평소처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진실이 밝혀졌을 때 우리는 마을과 함께 무너졌다. _14p
이 책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베어타운 두 번째 이야기.
남자들은 바쁘지만 아들들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아들들이 아버지의 관심을 더 이상 바라지 않게 되는 그 순간 아버지들이 아들의 관심을 바라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아버지들은 아들의 머리가 품속에 쏙 들어오던 시절에 좀 더 자주 같이 자주지 않았던 걸 후회하기 시작한다. 아들이 노는 동안 좀 더 오랫동안 바닥에 앉아 있지 않았던걸, 아들이 거부하지 않던 시절에 좀 더 안아주지 않았던 걸 후회하기 시작한다. _304p
당신은 내게 눈물의 미덕을 가르쳤지만 내 존재를 절대 미안해하지 않게 했고
당신은 내게 하늘거리는 드레스가 아니라 갑옷을 입혔고
당신은 내게 딸들은 꿈을 꿀 필요가 없고 목표를 세우면 된다는 걸 가르쳤죠._317p
케빈이 망가뜨린 사람은 그녀였다. 하지만 무너진 사람은 그들이었다._322p
사람들은 성폭행을 이야기할 때 항상 과거 시제를 쓴다. 그녀가 피해자'였다'고 한다. 그녀가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가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을 겪은 게 아니라 지금도 겪고 있다.
불안. 그것은 보이지 않는 지배자다._364p
마야 가족을 통해 내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소설이다. 페테르 부부는 첫째 이삭을 잃었고 둘째 마야는 성폭행을 당했다. 하키밖에 없는 매우 작은 마을에서 전도유망한 하키선수가 여학생을 성폭행 했고 다들 마을을 위해서 ,혹은 자신들을 위해서 입 다무는 쪽을 선택한다. 결국 이전 '베어타운'에서 용기 있는 아맛 덕분에 진실을 밝혀지고, 이 책 앞부분에서 나와있듯이 케빈의 가족은 바로 옆 마을 헤드로 이사를 가지만 마야의 고통은 끊이지 않는다. 마치 베어타운의 청소년하키팀이 마야때문에 해체된 것처럼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들을 통해 그들의 증오는 마야에게 퍼붓는다. 평생 하키밖에 모르고 살았던 페테르는 아내 미라의 희생과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기대하는 바를 외면하면서도 하키에 올인하였다. 비열한 정치인 테오의 속이 시꺼멓다는 걸 알면서도 마지막으로 하키에 희망을 걸어본다. 십 대의 아이들의 특성을 매우 잘 묘사해놨다.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며 자기중심적이고 감성적이다. 마야는 매우 괴롭지만 성폭행의 피해자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온 가족이 되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며 애써 괜찮은 척, 잊은 척, 밝은 척하는 모습이 매우 안쓰럽다. 모든 스포츠 경기가 그렇듯이 가장 중요한 건 결과, 그래서 그럴까. 하키팀 아이들의 인성보다는 결국 '이기느냐, 지느냐'에만 집중하여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