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 나를 위로하는 일본 소도시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1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도시'라는 병이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선택한 적 없는 경쟁에 내몰리는 병, 잠시라도 멈추어 있으면 조급해지는 병, 소비가 아니고선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병, 필요한 물건이나 정보가 있으면 그때그때 손에 넣어야 직성에 풀리는 병, 그리고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더욱 심화하는 병…. _5p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경미하게나마 누구나 겪고 있을지도 모를 도시병. 문화생활 편리하고 젊음이 있는 도시를 갈망하면서도 가끔씩 고즈넉한 시골에 가서 힐링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다카마쓰는 일본 43개 현 중 가장 작은 가가와현의 현청 소재지라고 한다. 작가는 이 작은 마을에서 다카마쓰와 근처 현을 한 달 동안 여행해보기로 한다.

이 작은 소도시 여행은 음식과 예술, 그리고 걷고 싶은 길 세 가지로 본인이 원하는 여행을 할 수 있게 소개되어있다. 마지막 추천 여행코스까지.

소설가 김훈은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맛은 화학적 실체라기보다는 정서적 현성이다'라고 표현했다. 정말 그렇다. 오랜만에 먹는 엄마 밥처럼 보기만 해도 배부른 밥상도 있지만, 차갑게 식은 편의점 도시락처럼 먹을수록 허기지는 음식도 있다. 어린 시절 매운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던 나는 아무리 외국에서 오래 살아도 빨간 라면 봉지가 그리운 줄 모른다. 반면, 알루미늄 포일에 포장된 치킨은 유년 시절에 받은 사랑과 서툴렀던 청춘의 기억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한인타운을 수소문해 먹곤 한다._67p

여행지에서 처음 가본 음식점에서 엄마 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럴 때는 왠지 모르게 보물을 발견한 듯이 행복하고 그 맛을 음미하며 먹게 된다. 외국 나가 살면 그리운 것이 고향 음식, 그중에서도 고급 음식이 아닌 분식집 떡볶이같은 그저 내가 좋아했던 옛 음식들이다. 가가와현이 우동의 본고장이라 우동집 탐방을 하고 싶을 정도로 우동이 맛있는 집이 많다고 한다. 면을 좋아하는 나는 언제 한번 진짜 우동 맛집 투어를 한 번 가보고 싶다.

수동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물에 생명을 불어넣은 사람은 현대 미술가 나이토 레이다. 햇빛과 구멍, 물의 속도와 그 관계를 치밀하게 계산하고 수없이 실험한 결과다. 작은 콘크리트 구멍에서 태어나 관계를 맺고, 무리에 소속되었다가, 결국 무로 돌아가는 물방울의 짧은 생애는 인간의 삶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또한, 이글루나 우주선으로만 보였던 데시마 미술관이 갓 태어난 물방울의 형태와 흡사하다는 사실도 이내 깨달았다._167p

버려진 작은 섬을 다시 활기찬 섬으로 바꾼 예술가들이 있다. 한때 '쓰레기 섬'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어 농수산업이 큰 타격을 입어 주민들이 떠났던 섬. 데시라 미술관이 미술관이 문을 열고, 같은 해에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가 열리자 관광객들이 버려진 섬을 찾아 오기 시작했다. 예술이 섬사람들에게 고향을 되찾아 준 것이다. 이런 작은 섬에도 예술작품을 전시하여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어 주는 예술가는 그저 좋은 작품만 전시하는 것이 아닌 한 섬을 다시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물과 비슷해 보였다.

예전엔 무조건 유명한 곳에 가서 남들이 본 걸 내 눈에도 담기 바빴다. 이젠 무슨 이유에선지 관광객이 적은 그 나라의 주목받지 못하는 도시에 가서 조용히 즐기고 오고 싶다. 일본은 접근성이 좋아 여러 번 갔어도 소도시 여행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일단 일본어가 서툴러서 두려웠고, 혹시나 실망하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다카마쓰라는 곳을 처음 알았지만 우동이 유명하고 훌륭한 예술작품을 구경할 수 있고 경치가 끝내주는 걷기 여행도 가능하다. 여행에 가서도 그저 간판만 다른 한국의 어느 도시로 이동한 것 같다면 소도시 여행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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