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다면
애덤 해즐릿 지음, 박산호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처음부터 결말을 제시하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형은 죽었다'고.
미국 여자 마거릿은 영국 남자 존과 사랑에 빠진다. 약혼을 하고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존이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걸 알게 된다. 마거릿은 존을 선택했다. 둘 사이에서 3남매가 태어났다. 존은 우울증이 좋아질 떄도 있었고 심해질 때도 있었다. 그로 인해 마거릿은 존을 100프로 이해할 수 없었고 그 덕분에 사랑이 식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누군가를 완벽하게 안다고 느껴지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에 사랑을 지속하기가 더 힘이 들까? 생각해보면서 어느 누구도 타인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기 때문에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곤 하지만 ㅡ 그래서 결혼하고 나면 정으로 사는 거라곤 하지만 ㅡ 평생 함께 사랑하며 사는 것이 가능한 것 같다. 우울증은 첫째 아들 마이클에게도 뻗었다. 존은 자신이 가정과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살인자다. 그게 내 정체다. 난 삶을 훔치고 있다._125p  결국 존은 자살한다.

사실은 이렇다. 마이클은 시험 때문에 전화한 게 아니다. 알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마이클은 자신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에 대해 우리가 안심시켜주길 바라면서 전화한 것이다. 마이클이 어렸을 때 그런 면을 얼핏 봤지만 난 스스로를 설득했다. 아니야, 나의 상상일 뿐이야. 아이들은  크면서 계속 변하니까 마이클도 그럴 거야. 그러다 마이클에게서 말이 급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 말들이 마이클 자신은 볼 수 없는 힘에 의해 몰려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마거릿에게 뭐라고 말해야 했을까? 마이클에게서 보이는 그런 것들을 어떻게 그녀에게 말할 수 있었겠는가?_129p

마이클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살아온 아버지 존밖에 없다. 마이클은 세상 모든 불행을 자신이 흡수한다. 그가 가장 많이 흡수하는 불행은 예전 흑인 노예들의 고통이다. 백인들에게 우연히 300년 동안 좋은 운이 따라준것이라고 흑인노예이 울부짖고 괴로워하는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고 굉장히 괴로워한다. 그러나 주변의 백인 남성들이 그런 것들에 관심이나 있겠는가? 마이클은 고립되고 만나는 여자에게 집착하고 결국 버림받고 더욱 약에 의지하게 되는 삶을 살게 된다. 마거릿은 모아놓은 돈을 쓰면서 마이클 뒷바라지를 하고 결국 집을 판다는 소리에 앨릭은 강수를 둔다. 형과 함께 오두막에 지내면서 약에 의지하는 삶을 끝내려 한다.

 지난 몇 년간 그 약이 형의 어떤 불안을 통제해왔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제거된 게 아니라 마치 강물을 댐에 가둬놓은 것처럼 형의 머릿속에 갇혀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문들이 열리면서 홍수가 쏟아지듯 했다. 홍수가 끝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결국엔 형의 몸도 지칠 터였다._386p

"모든 일에는 한계란 게 있어. 앨릭. 넌 그 생각을 하고 싶지 않겠지만, 사람이 얼마나 버텨야 하는가에는 윤리적인 한계란 게 있다고. 감상적으로 그 한계를 그냥 부정해버리면 안 되는 거야. 불굴의 정신 같은 걸 내세우면서 말이야. 그건 사람들이 타인의 비참함을 회피하기 위해 그냥 하는 말일 뿐이야. 그저 또 다른 방식의 잔인함일 뿐이라고. 누군가에게 계속 살아 있으라고 요구하는 거. 그 사람이 아니라 너를 위해 그런 거잖아. 예를 들어, 아빠를 봐. 난 한 번도 아빠를 탓해본 적 없어. 단 한 번도. 아빠는 한계에 이르렀던 거야."_390p

 앨릭은 형을, 형의 병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형과 함꼐 하는 한달 안에 형이 약을 완전히 끊고 정상인처럼 살아가기를 바랬던 것이다. 형의 하는 말들은 단지 약을 끊음으로서 생기는 단순한 부작용으로만 여겼다. 형이 잠을 한 숨도 못 자게 되었을 때에도, 그저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결국 형은 죽었다.

 전에는 결코 인간의 불가시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가 그 사람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사실은 우리가 결코 볼 수 없는 그 사람의 영혼이라는 걸 몰랐다. 그날 그 방에 앉아, 형이 살아가는 내내 형을 싣고 다녔던 죽은 매개체와 같이 있기 전까지는, 내가 항상 형이라고 착각했던 그것과 같이 있기 전까지는._398p

 사실 이 소설을 간단하게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구성원으로 있는 가족들이 각자 가정을 지켜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 척추에도 긴장이 일어 힘이 들어간다. 존, 마거릿, 그리고 세 자녀들이 번갈아가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마이클을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피하고 싶어한다. 피하면서도 계속 걱정이 되고 놓을 수 없는 마음 깊숙히 아픈 곳에 있는 가족 중 하나 마이클. 마이클은 죽었지만 장녀 실리아는 남자친구 폴과 결혼을 하고 동생 앨릭은 남자친구 세스와 행복한 삶을 이어간다. 그렇다. 누군가는 고통 속에 죽었어도 또 다른 곳에서는 그들의 삶을 이어간다. 아들을 잃고 슬프지만 다른 자녀들의 행복을 빌어주는 어머니 마거릿의 마음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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