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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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은 적나라하게 가해지는 공격적인 언행에 가깝고, 경멸 또는 멸시는 은연중에 무시하고 깔보는 태도에 가깝다. 모욕에는 적대적인 의도가 강하게 깔려 있는 반면, 경멸에는 그것이 분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_67p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그럴듯해 보이는 직업으로 쏠리는 가운데 행복은 점점 껍데기로 형해화된다._145p

모멸은 모욕하고 경멸하는 것, 즉 마음으로 낮추어 보거나 하찮게 여기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또는 무심코 격하시키고 그 존엄성을 부정하는 것, 상대방을 비하하고 깔아뭉갬으로써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다. 그러한 대접을 받는 사람이 느끼게 되는 감정이 모멸감이다._161p

다른 사람을 조롱하고 망신을 주는 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가장 잔인한 학대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굴욕을 강요하거나 부끄러운 부분을 까발리는 행위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치욕스러운 경험은 사람을 위축시키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매우 폭력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_179p

명예훼손죄가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면, 모욕죄는 사람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가치판단을 공연히 표출하는 것을 말한다._218p

돈이 너무 많은 일을 좌우하고 돈 때문에 모멸감을 맛보기 일쑤인 현실에서, 나의 자존을 세우기 위해서는 돈보다 더 소중한 것에 착목해야 한다. 돈의 논리로 포섭되거나 환원될 수 없는 삶의 근원적인 가치에 눈떠야 한다._240p

타인을 통해 자존감을 얻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과의 비교 속에서 우월감을 느끼거나 그들 앞에 과시하고 군림하는 것, 다른 하나는 우열의 관념에서 벗어나 마음을 나누고 함께 배우며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_301p

자기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성품에서 격조 있는 삶이 가능하다. 높은 것에 사로잡혀 삶을 창조하기에 자기를 돌볼 줄 안다.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자신을 자각하며 스스로 채워진 마음이 타인에게 스며들기에 품위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한 위엄과 기품이 사회적 풍토로 자리 잡을 때, 모멸감의 악순환도 줄어든다. 그 길은 자존의 각정과 결단에서 열린다._307p


모멸감_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신분제는 붕괴되었지만 신분 의식은 지속되어 있다. 신분으로 나누어진 갑질은 여전히 일어난다. 유난히 한국 사람들은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이 남보다 좀 잘난 것 같으면 우월하다고 느낀다. 그 반대로 타인이 자신보다 못하다 생각하면 무시한다. 무시의 형태는 모멸감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동정심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비정규직이나 서비스직에 대한 사람들, 성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겪은 일화들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들이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언행들. 자신은 평범한데 마치 그 사람들 앞에 가서 우월함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고위직 사람들이나 사회에서 꽤나 높은 위치에 있다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생각과 행동에서 성적과 돈으로 나눈 게 아닌 인간의 수준을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우리 사회는 열등감을 부추기는 사회 같다. 외국에서 잘 산다는 의미가 well-being 느낌이라면 한국은 rich다. 사회가 어떤 걸 중시하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출발선부터가 다른데 성공하지 못하면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한다. 사회가 잘못된 건데 또 사람들은 그 말을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루저가 되어버린다. 자기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워야 하는데 자기에게 너그럽고 타인에겐 매우 엄격하다. 모멸감이 만연한 사회에서 모멸감을 이겨내기 위해선 나 스스로 품위를 지켜야 한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자신의 양심과 도덕률을 따르는 것이 명예의 본질이다. 하루 몇 명 들어오지도 않는 블로그이지만 개인적인 서평을 남기니 가끔 모욕적인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예전의 나 같으면 너무 열이 받았다. 물론 기분은 나쁘다. 신고를 하든, 받아치든, 무시하든 그 기분은 없어지지 않는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익명성 뒤에 숨어 악플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그들은 피해자고, 가해자다. 다른 피해자와 가해자를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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