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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 장애인과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이유 ㅣ 아우름 32
류승연 지음 / 샘터사 / 2018년 10월
평점 :

장애인 복지가 열악하다는 것은 이런 의미입니다. 한 가정에 '장애'라는 단어가 예고 없이 찾아왔을 때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을 가정에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 사람의 삶에 관한 모든 일이 가족의 몫이 되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육아와 교육, 취업과 결혼과 노후까지 장애인 당사자의 삶에 관한 모든 것이 온전히 가족들의 몫이 되어버린다는 뜻입니다._31p
지하철에서 만난 발달장애인이 몸을 앞뒤로 흔들고 있으면 그것은 흥분한 상태에서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지하철이라는 불안한 환경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감각을 진정시키며 애쓰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_47p
'장애'라는 단어를 가치판단 없이 순수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 그래서 장애인이라는 말을 들어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제가 바라는 세상입니다._87p
어떤 게 대상화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으면 '장애'라는 두 글자를 빼고 생각해보면 됩니다. 장애가 없었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나 태도를 내가 보이고 있을 때, 그 지점에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대상화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시작됩니다._109p
무지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10대 발달장애인이 두 살배기 아이를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발달장애인은 위험하다는 공식을 머리에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충분했던 이유는 '장애인은 위험해'라는 어렴풋이 심어져있던 편견에 확실한 마무리를 찍어준 사건이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무릎을 꿇는 장애인 부모의 뉴스를 보면서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생각했다. 집값 떨어진다고, 혹은 우리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 봐서 장애인을 배척한다. 우리나라에 장애인의 숫자가 결코 적은 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길에서 마주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지체장애인은 가끔 보여도 발달장애인은 더 마주치기가 쉽지 않다. 상동 행동이라고 하는 행동,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지만 몰랐기 때문에 위협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이고 사람들은 피하고 심하면 '혐오'한다. 나 혼자 다닐 때는 전혀 불편함이 없이 지냈다. 아이를 낳고 유모차를 끌기 시작하니 한국에서 장애인의 삶이 굉장히 힘들겠구나를 느꼈다. 횡단보도 앞, 휠체어나 유모차가 내려갈 수 있는 길 앞에 떡하니 주차하는 재수 없는 차들. 고정이 안되는 문, 너무 좁은 문 등 불편함은 어디든지 존재하고 있었다. 결혼하지 않은 성인 여자의 삶은 여성차별만 견디면 되었지만 아이 엄마가 되고 나서는 그냥 벌레가 되어버렸다. 장애인이 집을 나서서 다시 집에 돌아오는 순간까지 시선 때문에 힘이 든다고 하는데, 시선 폭행은 정말 너무 괴롭다. 왜 이렇게 감정이입이 되고 안타깝고 답답한지 모르겠다. 갑의 위치가 아닌, 다수자의 위치가 아닌 을의 위치, 소수자의 위치에서 사는 삶이 비장애인인 나도 답답하고 도망가고 싶을 때가 많은데 장애인은 얼마나 더 견디기 힘이 들까.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에 둘러싼 편견들도.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은 불행할 거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고 살려고 한다는? 그러한 편견들. 장애인 아들이 태어나면서 '장애'가 30 평생 살면서 처음 훅 들어와 장애인 아이를 둔 엄마가 된 저자처럼 우리는 단지 확률 게임에서 운이 좋아 아직 '장애'가 우리 삶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부르지 못하고-라는 말. 우리 아이 폐렴에 걸렸어요 처럼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입밖으로 내는 것이 잘못하는 것처럼 느껴지질 않기를. 그런 이유는 '장애인'에 대해 이미 부정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이라는 말처럼 노화로 인한 기능의 저하가 일어나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자만하지 말고 위선 떨지 말자. 다름을 틀림으로 착각하고 살지 말자. 평생 다수자 입장으로 살 것으로 착각하지 말자.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머릿속에 잔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