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인문학자의 걷기 예찬
아널드 홀테인 지음, 성립 그림, 서영찬 옮김 / 프로젝트A / 2016년 8월
평점 :

동양의 매력 속에는 어떤 격정이 있다. 서양인은 쇠붙이로 된 자물쇠로 흥분을 가슴을 잠그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와 달리 동양인은 강렬한 포옹으로 영혼을 붙잡아 둔다.(25p)
걷기에 대한 관심과 즐거움을 강화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잠깐 걷는 것만으로도 눈에 마주치는 수천가지 자연 현상을 기술할 수 있는 자질이다. 그밖엔 없다. 마음속에서 자질구레한 근심거리를 재빨리 내쫓을 수 있는 것으로 몰입 같은 자질만한 것은 없다. 몰입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법이다.(167p)
"아이에게 그 어머니가 필요하듯, 내 영혼에겐 나의 신이 필요하다."(182p)
"하지만 걷기란 이기적 쾌락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농촌 유람 중 곧잘 받는다. 어지간해선 이 질문을 모른척 할 수 없다. 나는 무뚝뚝하게 "아니오."라고 대꾸한다. 시골 걷기는 산책자에게 명랑함을 불어넣는데, 명랑함은 이기심에 가장 위협적인 적이다. 철학자 베이컨은 정원 가꾸기야말로 인간 쾌락의 가장 순수한 형태라고 정의한 적이 있지만 내 생각엔 걷기가 더 순수하다.(188p)
아널드 홀테인이란 이 작가는 19세기와 20세기를 걸쳐 살았던 영국 지식인이라고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100년 전에도 먹고살기 바빠 힐링을 위한 걷기는 사치라고, 혹은 허세라고 여겨졌다. 아마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니 걷기를 통해 힐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등을 걸으며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들려준다. 거의 혼자서 걸었으나 잠시 동행자가 있었다. 역시나 끝은 좋지 않았고 작가는 혼자 걷기를 추천한다. 요즘은 제주도 올레길이나 골목길 산책 컨셉으로 걷기를 추천한다. 걷는 것도 좋지만 우리와 항상 함께하며 지배하는 스마트폰과 떨어져 걷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악 들으면서, SNS에 자랑하려고 걷기보다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연을 느끼며, 온몸을 자연에 맡기는 그런 걷기를 해야 한다. 자연과 가까이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우리 사람들이 더 많이 병들고 아파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100년 전 사람도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비함, 자연이 주는 기쁨을 알고 있는데 21세기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