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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게 서른이 된다
편채원 지음 / 자화상 / 2018년 4월
평점 :

정답은 없어. 선택을 후회하는 날도 있겠지. 늘 설레면서도 가끔은 불안해. 매번 두렵지만 그래도 가슴이 뛰는 걸. 어차피 걱정 없는 인생은 없어. 걱정을 걱정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도 없고.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일들이, 살면서 얼마나 있었을까. (57p)
겨울이 채 오기도 전 떨어져 내린 첫눈은 금세 녹아 사라졌고,
너무 일찍 여물어버린 첫사랑은 그만큼 빨리 썩어버렸다.
인내의 끝은, 이해가 아닌 이별이었다.(93p)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사랑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사랑을 할 때 언제나 서로 평등하기를 원하지만, 안타깝게도 남녀관계에서조차 똑같은 감정의 양을 주고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물며 내리사랑은 애초에 돌려받겠다는 작은 기대마저도 욕심이라 치부된다.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희생하였음에도 조금의 대가도 바랄 수 없는, 철저한 갑과 을의 관계. "내가 언제 낳아달라고 했어?"라는 자녀의 철없는 반항이 부모의 가슴에 커다란 대못으로 박히는 것 또한 그런 이유일 테지. 내리사랑이라 붙여진 그럴싸한 이름과 숭고함이라는 허울 좋은 포장지 속에 숨겨진 그것의 본모습은, 어쩌면 잔인할 정도의 불평등.(116p)
박제된 모든 것은 아름다울 수 없으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진짜로 남기고 싶었던 건, 기가 막히게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세상을 직접 내 눈으로 바라보면서 떠오른 생각들과 감정들이었다.(154p)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서른에 관한 이야기다. 아마 작가는 서른 살이거나 서른을 갓 넘은 사람으로 추측된다. 많은 부분이 공감이 된다.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의 서른. 내 주변에도 결혼을 안 한 친구가 있는데 많은 걱정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주변에 결혼한 친구가 많으면 걱정을 하지 결혼한 친구가 가뭄에 콩 나듯 있으면 사실 걱정도 잘 안된다. 십 대땐 성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줄 알았고 이십 대 땐 서른이 되면 뭘 하나 이룰 줄 알았다. 그러나 삶은 너무도 평범하고 정직하게 흘러갔고 이젠 그 평온함에 감사한다. 실패한 연애담 이야기엔 나도 마음이 쓰렸고 어머니 이야기엔 나의 어머니의 30년 삶을 돌아보며 미안함과, 자식을 낳아 어머니 마음을 더 잘 알게 돼서 더 죄책감마저 든다. 에세이의 장점은 감정을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게 아닐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나와 비슷하게 살고 있다고, 너도 잘 하고 있다고 속삭여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