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알아서 할게요
박은지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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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세상을 잘 몰라도 된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어도 된다. 내 행복을 스스로 결정해도 된다.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뭐 어떤가. 세상은 세상대로 굴러가라고 놔두고, 나는 오늘도 하고 싶은 것을 할 뿐이다.

주변과 비교해서 일부러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내가 서낵한 길이기에 힘들다고 가볍게 투정할 수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니 일의 강도가 높을 때도 스트레스는 낮다. 그거면 됐지.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오늘을 '버티지'않고 '살아낼'수 있으니 그거면 좋은 일이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택했다면 그것대로 좋지만, 결혼을 선택했다면 당연히 가족으로서 함께 행복해져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당연히 시들해진다고 체념하며 행복을 손바닥 위의 모래처럼 흘려보내지 말자.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오히려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의문을 품었으면 좋겠다. 함께한 지 오래됐으니까, 결혼했으니까, 엄마가 됐으니까 행복해지기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내 민낯이 누군가에게 '민폐'라는 발상을 스스로 한다는 것은 너무 불쾌하지 않은가. 내 얼굴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인정 받기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여자는 예뻐야 하고, 꾸미는 걸 게을리 하지 않아야 옳다는 생각을 맞닥뜨릴 때마다 그들에게, 또 자신에게 묻고 싶다. 내가 누구를 위해서 의무적으로 예뻐져야 하는지를.
부부 중 한 사람이 전업주부가 된다는 건 시집(장가)을 잘 간 것이 아니라 단지 배우자와 가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 중 한 사람에게 '집안일' 영역을 조금 더 분담한다는 뜻이다. 부부가 함께 돈을 버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집안일도 부부가 공평하게 해나가야 하는 몫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요리와 청소를 잘한다고 시집 갈 준비가 되었다는 칭찬은 듣고 싶지 않다. 결혼과 가사가 모두의 최종 목적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냥 못한다고, 해본 적 없다고, 남편이랑 같이 하면 된다고 말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공부하느라, 일하느라 바빴으니 집안일은 좀 못해도 되지 않는가. 새로운 가정을 꾸렸으니 이제부터 나와 똑같이 집안일에 서툰 남편과 같이 차근차근 해나가면 될 일이다. 물론 남편은 내게 귀한 사람이지만, 그가 부모님으로부터 애지중지 소중하게 자랐기 때문은 아니다.
그날 하루만 고생하면 되는 거니까 싹싹하게 나서서 설거지도 하고, 과일도 깎았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면 난 앞으로 명절마다 남편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동시에 '시집을 와서'그의 집안에 덧붙여진 기분을 감내해야 하는 걸까? 결과적으로 남편 입장에서는 결혼을 통해 일손을 늘린 셈인데, 그럼 우리 엄마의 명절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남편의 현명한 대답을 보고 많은 남자들이 가부장제 아래 며느리에게 가해진 불합리한 것들에 맞섰으면 좋겠다. 며느리는 이래야 한다는 공식만 없어져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나와 비슷한 나이대라 그런가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참 공감되고 비슷한 면이 많다고 느꼈다. 주변 의식을 안하고 산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걸 의식하다보니 옷도 없다 느껴지고 얼굴도 엉망 같다고 느껴지고 그런 생각들이 내 마음을 괴롭혔다. 최소한의 인간으로서 예의만 지킨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보이는 면인 외모나 몸매보다 나의 몸의 기능적인 면에 집중한다면 감사만 가득할 것이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에서 아마 대신 사이다를 먹은 듯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이 부부가 몇년 차 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현명하게 대처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닐 수 있다. 그저  고분고분하게 말 잘듣는 며느리를 보통 좋아할 테니까. 결혼할 때 이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각오로 결혼을 하는데 고부갈등때문에 사랑하는 부부 사이가 갈라져서야 되겠는가. 누군지도 모르는 조상 섬기는 것 때문에 이혼해서 되겠는가. 아닌 건 아니라고 말 하고 살자. 1-2년 보는 사이도 아니고 최소 30년은 함께 해야 할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부모니까.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루에도 몇번씩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다 삼키는 말. 조금 싸가지 없어도 괜찮다. 아닌 거엔 한번 뱉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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