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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ㅣ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아이를 낳으면 너무 작은 담요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누구 하나 빠뜨리지 않고 덮어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추워서 바들바들 떠는 아이가 생긴다.
곰이 사는 곳인가? 자신을 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깊은 숲속 작은 마을, 그들의 유일한 취미이자 전부인 하키. 무엇이든 전부가 되어버리면 위험하다. 하키 유망주, 작은 도시에 여러 투자를 이끌어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 케빈. 영향력, 입지, 이런 단어가 얼마나 무서운가. 더군다나 17살 아이한테는! 싫다고 하는 15살 어린 마야를 너도 좋아서 따라왔잖아 하는 논리를 펼치며 강간한다.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이 책에선 사나이들의 우정, 강인함, 마을 공동체 따위 등이 나오지만 그런 것들 때문에 피해자인 마야는 가해자로 둔갑 시켜 유망주를 지키려 든다. 마야가 겪은 고통에 대해 분노하고 함께 아파하는 사람은 가족, 그리고 단짝 친구 아나밖에 없다. 마야가 아무한테도 말 안 하면 자신만 괴로우면 되는데 다른 사람에게 강간당한 사실을 말하면 소중한 사람들도 아파한다며 그 어린아이가 참아내는 과정을 보니 왜 피해자가 다른 사람을 걱정해야 하는지 화가 날 다름이다. 마야의 부모님은 자기 손으로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떨치지 못한다. 아이들의 스포츠가 아닌 어른들의 정치로 이용되어가고 있고 마야는 승승장구하는 케빈에 대한 질투심에 눈이 멀어 거짓말을 한 나쁜 년으로 포장되어 버린다.
그녀는 열다섯 살이니 부모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 나이라고 하고, 그는 열일곱 살이지만 다들 '어린애'라고 표현한다. 그녀는 '젊은 아가씨'다.
번역을 담당한 이은선님의 생각에도 동의한다. 비록 스웨덴 작가가 쓴 소설이지만 한국 사회의 미투 현장과 비슷하다고. 여전히 피해자 탓을 하여 2차 가해를 가하는 사람도 많고 언제까지 남자는 성욕을 참을 수 없는 짐승 취급으로 죄를 무마할 것인지. 성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고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무고죄에 대한 죄목에도 처벌이 매우 강화되야한다고 생각한다. 마야는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란 걸 생각하고 쌍탄총으로 케빈을 죽일지, 자신이 죽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는 솔직하게 그냥 다 쏴 죽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피해자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아맛이 팀을 중요시하는 문화에서 배신자로 찍히면서까지 목격자 증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거불충분으로 케빈은 무혐의를 받는다. 아, 그 총 내가 가져와서 대신 쏴주고 싶었다.
마야가 총을 가지고 케빈에게 갔을 때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마음 같아선 죽이고 싶지만 정말 그렇게 한다면 마야는 살인범으로 감옥에 가야 하니까. 하지만 그저 겁을 주는 것으로 끝내는 현명한 마야. 마야처럼 케빈도 어둠을 무서워할 거다. 가해자가 아무렇지 않은 세상은 절대 있어선 안된다. 가장 바람직함은 올바른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지만 이 소설에서도 현실에서도 아직은 명예나 돈 따위에는 법이 가끔 고장이 나나보다. 프레드릭 베크만의 특유한 문체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지만 케빈이 마야를 성폭행한 사건의 흐름을 읽으며 참 많이 분노했다. 처음에 하키는 정직한 스포츠라고 소개하는데 책을 덮고 나니 뒷 내용을 위해 비꼰 표현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