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의 상상력 - 질병과 장애, 그 경계를 살아가는 청년의 한국 사회 관찰기
안희제 지음 / 동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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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어떤 언어로도 치환될 수 없다. 타인의 아픔과 고통은 더더욱 그렇다.
아무리 예민하게 감지하려고 해도 아픔과 고통은 늘 이해할 수 없는 지점에 가있다.
사람들을 만나서 고충을 듣고, 그래 이해해, 나도 알아 라는 말은 어느 순간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나의 이해와 앎은 당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어느 순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을 '이해한다는 말'은 아득하다.

 

이해와 공감이라는 단어가 점차 두려워지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마주하는 것이 늘 어려웠다. 나의 배려가 상냥한 폭력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때문이었다.

 

 

난치의 상상력은 그 지점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젊은 청년이 현재 진행중인 고통을 담담히 감내하며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예리하다.
아파보이지 않는, 그렇지만 누구보다도 아픈, 경계에 서 있는 작가는 '건강'이 '정상'적인 사회의 틈새를 균열한다.

'평범한 비장애인'이라는 말은 그래서 더 아프다.
평범하지 않은 고통을 가진 사람이라는 본인의 처지를 오히려 적확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작가는 매순간 느낄 무력감과 상실감에 무너지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이 요구하는 '정상'적인 잣대에 오히려 의문점을 제기한다.

 

약자가 되고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누구도 경험하지 않고는 이를 알아챌 수 없다.
상실과 결핍은 상상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이때 다시 우리는 고민한다.
그렇다면 고통과 아픔을 직면한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필요할까.
아니 어떻게 해야할까.

 

여전히 이 물음은 진행 중이다.
다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손을 맞잡아주는 것.
누군가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되지 않는 위로란 그런 것 아닐까.

 

오래도록 아팠던, 그리고 앞으로도 쉽사리 '낫지 않을' 질병의 과정에 있는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이해한다는 말보다 더 나은 사회를 고민하는 것일 것이라 믿는다.

 

수많은 '非'를 차이로 바꾸기 위해서 같이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함께 꿈꾸는 난치의 상상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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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예술혁명 -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
이지영 지음 / 파레시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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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일어나고 있는 끊임없는 인기 편승의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리뷰가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잠시 고민해본다.

 

우선적으로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 긴 글을 쓰는 고생은 편협한 시각을 대변한다. 충분히 알지 못하고 속단하여 판단하는 것은 쉽다. 어려운 것은 자세히 보고 좋은 점과 싫은 점을 찾아내는 그 노력이다.

 

책의 리뷰에서 필요한 것은 이 저자가 과연 어떤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다. 반인류애적, 반사회적인 부분이 없다면 어느 정도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 또한 책의 카테고리에 있어서 인문-사회 교양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물론 이 리뷰를 쓴 사람은 모르겠지만 이미 이 책은 학계에서 BTS의 논의를 할 때 지속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인기 편승으로 인한 학계의 주목일 수 있으나 다시 한번 제대로 바라보자면 현재의 문화 현상에서 BTS 이외의 특별한 부분이 없다는 반증적 요소로도 읽을 수 있다.

 

BTS와 들뢰즈의 리좀을 엮어낸 저자는 충분히 철학적 사유를 진행하고 있다. 더 깊은 분석으로 넘어가지 않은 부분은 교양서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보통 들뢰즈-가타리는 영화 분석을 위한 기본적 이론적 토대가 되는데, 분명 더 깊이 들어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당한 수준에서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이해가능한 수준에서 저술하였다.

 

또한 철학적 사고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 부분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리뷰의 한 대목이었다. 흔히 문--철을 인문학이라고 표현한다. 어느 순간부터 철학은 인간의 삶과 동떨어져 교양으로서만 머무르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물론 문학도 마찬가지다. 순수 문학/대중 문학과 같은 부분으로 이원화되면서 가치를 폄하받기 일쑤다. 그러나 인문학이라면 당연히 사람의 삶에 접하는 면적이 넓어야 한다. ‘순수한 가치는 누구도 손댈 수 없어, 다수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때의 다수는 대중을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철학도 대중을 향해야 한다. 그때서야 제대로된 함의를 지닐 수 있다.

 

빠순이라는 폭력적 단어는 아버지의 단어다. ‘빠순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분명 찾아보지 않은’, ‘아무것도 안 보고 안 듣고 싶어하는사람의 전형에 불과하다. 당연히 모든 문화는 소비를 전제로 한다. 누구도 듣고, 보고, 관심을 지니지 않는다면 이는 문화적 힘을 전연 가지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언급했듯 문화는 전문가라고 하는 공인(비평가 혹은 등단과 같은)이 인정한 순수 문화가 아니면 폄하의 대상이 되었다. 이를 음악 문화로 생각하면, 클래식이라고 하는 순수 음악 문화, 대중 음악 문화로 이원화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대중 음악 문화에서도 위계질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이돌은 이때 대중 음악에서도 서브 컬처에 해당하게 된다. 이때 이를 취하는 다수의 팬들은 문화적 동반자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닌, 단순히 문화의 소구력으로만 취급당한다.

 

그렇다면 모든 빠순이는 소구력으로만 판단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발생한다. 우습게도 하위 문화하위에 속한다는 마이너리티한 출생지로 인해 아이돌 팬덤은 유독 문화적 생산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모든 문화에서 팬덤은 당연히 존재해야만 한다. 끊임없이 누군가가 사랑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소비해야만 지속된다. 그러나 아이돌 팬덤에서는 이 부분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축구, 야구를 소비하며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취미생활이 되지만, 아이돌의 음반을 소비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덕질이 된다. 이 모든 평가는 아버지의 언어로 평가되는 것이다. ‘아이돌의 노래는 들을 필요가 없다는 편견 또한 아버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이로인해 부친 살해라는 부분의 해명이 된다.

 

마이너리티한 태생에서 메이저 빌보드의 본상 수상까지, BTS가 보인 행보 자체가 부친 살해이며, 이들의 음악과 콘텐츠로 감응하고 공명한 아미가 바로 부친 살해의 예다. BTS의 음악의 메시지에 동감하여 아미들이 기부를 하고, BTS의 음악을 듣고 마음을 바꾸었다는 수많은 리뷰, 언어도 통하지 않는 외국의 아미들이 한국의 역사까지 공부한다는 일화들은 아버지의 눈에는 아마 끝끝내 빠순이짓으로만 보일 것이다.

 

혁명은 꼭 피를 흘려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도 혁명이다. BTS가 행하고 있는 일들, BTS의 팬들이 행하고 있는 일들을 찬찬히 살펴본 후 모든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그때의 비판은 비판으로서의 의미를 갖을 수 있으나, 현재의 리뷰는 너무나도 막무가내식 비난이다.

 

, 이럴 때 BTS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KEYBOARD DROP,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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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아미 컬처
이지행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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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품고 있던 말이 있다.

김애란의 비행운 속 대사다.

 

"너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

 

세상에 대한 냉소주의일수도, 혹은 체념일 수도 있는 독백과 같은 말은 나를 사로잡았다.

어쩌면 2010년 이후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문장일지도 모른다. 이는 후기-자본주의 혹은 신자유주의 테제 아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들추어 보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지쳐있고, 여전히 삶에 대한 희망을 지니지 못한다. 희망은 멀고 절망은 가깝다. 삶의 유한성을 인지하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을 지향하라는 YOLO라는 말이 이생망과 동의어로 쓰이는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 내게, 타이밍 좋게 방탄이 등장했다. 지독하게 나의 의미를 찾아내던 시절이었다. 그야말로 "나도 내가 누구였는지도 잘 모르게" 된 순간들이었다. 언제부턴가 나에게는 '나'의 역할의 이름만 남고 나 자신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내이름이 호명되는 순간에도 기시감이 느껴지곤 했다. 탈출구가 필요했다. 심심풀이로 여러 사이트를 들어가다 만나게 된 방탄.

 

아, 여전히 아이돌들은 세상에 많구나. 하고 넘기다가 영업글을 다시금 읽고 다시금 읽어보았다. 멤버가 왜 이렇게 많지? 이 많은 멤버를 어떻게 외우지? 라고 생각하기를 몇 번. 노래를 찾아듣기 시작했다. 최근 앨범을 기점으로 역순으로 앨범을 찾아 들었다. 유튜브 사용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유튜브에서 그들의 이름을 찾아서 영상을 보고, V-live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무슨 결제까지 하면서 봐, 라고 했던 내가 이 정도는 괜찮다며 이것 저것 구독하고 굿즈까지 사모으기 시작했다. 팬카페 가입을 위해 문제를 풀고 인증샷을 남겨 가입하고, 방탄의 모든 것들을 접했다. 뿐만 아니다. 트위터까지 시작하여 알티봇이 되었다. 늦덕이 이렇게 무섭다.

 

아마 '아미'라면 모두 이런 식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입덕부정기를 지나 자신을 '아미'라고 칭할 수 있는 어느 지점까지 오기 위해서는 수많은 관문들이 있다. 책은 이런 아미들에 대한 아카이브다. 방탄의 역사와 아미의 역사는 톱니바퀴다. 모든 팬덤이 그러하겠지만, 유독 방탄과 아미의 팬덤은 돈독하다. 서로가 서로를 견인하고 북돋는다. 이는 어쩌면 "겨우 내가 되겠지"라는 말의 반증과 같다. 희망없는 삶에 대한, 결국은 '의미'없이 끝날 것이라는 삶의 비탄함에 젖어있는 자들에게 방탄은 끊임없이 '괜찮다'고 위로한다. 방탄은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세상에 "꿈이 없어도 괜찮아", "네가 내뱉는 모든 호흡은 이미 낙원에" 있다고 이야기 한다. 아미는 이에 응하며 다시 방탄의 응원이 된다. 선순환적 관계다. 책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세세하게 그려진다. 전세계의 아미에 대한 찬가다.

 

아카-팬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지나치게 치우지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이는 아카-팬이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아이고 내새끼'의 지점과 '문화'로서의 지점은 가끔 너무 멀다.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날카로운 지점들을 집어내고 유순히 넘어간다. 아미피디아가 방탄의 시간에 맞춘 아카이브였다면, 책은 반대로 아미의 시간에 맞춘 아카이브가 된다. 서로가 서로를 아카이빙하며 방탄과 아미는 끊임없이 역사를 써내려간다.

 

아마 끝이 있을 것이다. 책에서도 이르듯 모든 것은 유한성을 지닌다. 나는 김훈의 말처럼 '내일이 새로울 수 없으리라는 확실한 예감에 사로잡히는 중년'이 될 것이다. 아마 반쯤 중년이니까. 그러나 슈가의 말처럼 추락은 무섭지만 착륙은 두렵지 않다. 겨우 내가 되지 않게 해준, 나를 사랑하게 만들어준 7명의 영원한 소년들. 그리고 이를 뒷받쳐주고 이끌어주는 아미들이 있다. 아마도 나는 뒤에서 꾸준히 그들을 지켜낼 작정이다. 그들의 비상만큼 착륙을 돕는 것도 아미의 일일테니까. '나'를 찾아준 방탄에 대한 신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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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행 2019-07-14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BTS와 아미 컬처>의 저자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너뛸 수 없는 아카-팬으로서의 고민을 정돈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이 생각나네요. 비평은 따뜻한 언어이고, 대상에 대한 사랑이 가져다 줄 제 비평의 ‘주관적 풍부함‘을 믿고 가겠노라고요.
 
BTS와 아미 컬처
이지행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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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팬으로 쓸 수 있는 BTS 팬덤 분석이 기대됩니다. 아티스트 BTS와 팬 A.R.M.Y.의 긍정적 상호관계에 대해 더욱 깊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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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힘겨운 부모들에게 - 부모편 오은영의 사춘기 터널 통과법
오은영 지음 / 녹색지팡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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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우울증 혹은 육아로 오는 모든 스트레스를 너무나도 잘 보듬어 주는 책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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