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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표지와 제목이 나를 끌었던 책.
마리오네뜨처럼 가느다란 끈으로
이리 저리 조작하던 그의 하얗고 아름다운 손..
그 손은 그녀만을 위한 착한 손이 아니었다.
잘생긴 외모에 모두에게 친절한
나쁜 남자..
그런 그를 그녀는 바보같이 사랑한다.
사랑받지 못하고..오직 하기만..
그의 손이 다치자 자존심이고 뭐고
그를 집까지 바래다 주기 시작한다.
언제든 집에 혼자가기 심심할 때 부르면 온다며
스스로 서울에서 제일 비참한 여자가 되어버린다.
사랑하나 받지는 못하는..
바보같은 주인공.
그녀는 그를 바래다 주는 일이
비록 그에겐 기억나지도 않을 하찮은 것이었을 지라도
그녀에겐 그와 함께 한 그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너무나 서글프고 아쉬움이 남는
엔딩이었지만 모처럼 흥미로운 소설을 발견 했다.
이제야 알겠다.
그가 혼자만 보며 갖고 놀았던 마리오네트는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그의 장인에 가까운 손짓 아래
나는 앉았다 일어났다 웃었다 울었다 하며 살아 있는 척을 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인형은 자신과 주인을 연결해주는 몇 개의 줄이 얼마나 가는지 알 수 없으니까.
"아니, 나한테 발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단 말이야?"
그는 웃으며 놀렸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정말로 그에게 발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했으니까.
불현듯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그의 발이 너무도 보고 싶어졌다.
그의 손처럼 아름다울까.
나는 깨달았다. 매일 밤이 아쉽기만 한 나의 발걸음을
지켜본 이는 그도 아니고, 그의 손도 아니고,
바로 그의 두 발이었음을.
어쨌거나 세상에는 또하나 나와는 상관없는 삶이 만들어졋다.
그것을 흔히 이별이라고 말하지만 슬퍼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멋진 밤을 보냈어도 집으로 돌아가는 일을 우
리의 삶에서 영원히 멈출 수 없듯,
우리의 사랑과 우정 역시 그러하리라는 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