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청진에서 지방관료의 막내 7번째 딸로 태어난 바리. 아들을 바랬지만 일곱째까지 딸을 낳은 엄마가 숲속에 버리고 왔지만 흰둥이가 집으로 다시 데려온다. 할머니는 바리공주 설화에서 따와 뒤늦게 바리라고 이름을 짓고, 이름처럼 바리는 탈북에서 중국 그리고 지구 반대편인 런던까지 이동하게 된다. 바리는 어릴 적 심하게 앓고 난 후로 벙어리던 언니와 칠성이(개), 귀신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갖게 된다. 생명수를 얻기 위해 저승까지 갔던 바리 공주 처럼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세상을 구하기 위해 힘든 여정을 거친다. 작가는 바리데기를 통해 오늘의 새로운 현상인 '이동'을 주제로 삼고, 되풀이되는 전쟁과 갈등의 새 세기에 문화와 종교와 민족과 빈부 차이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어떤 다원적인 조화의 가능성을 엿보고 싶었다고 했듯이 다민족국인 중국과 식민지 국의 이민자가 많은 런던에서 바리가 맺은 좋은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종교와 민족을 넘어선 화합의 장을 마련한 것 같다. 여러 서평에서 단숨에 읽히는 박진감 넘치는 문장과 사건 전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장면전환 등의 매력이 넘친다고 했듯이 흥미 진진한 전개로 그리 얇지 않은 책이 자연스런 흐름을 따라 가다 보면 순식간에 읽혀진다. 소설 후반부 생명수를 찾아가는 길로 떠나는 바리의 저승 여행길이 좀 복잡하게 묘사 되어 머릿속에 그리기가 약간 힘들었지만, 서사 무가를 바탕으로 지어졌으니 이해하기 좀 힘들었던 것 같다. 바리가 생명수를 찾았는지 안 찾았는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고 했는데 내 생각에는 생명수가 따로 없고 평소에 밥짓는 물이었다는 설화처럼 생명수는 별 게 아니라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전쟁속에서도 바리가 주위 사람들의 아픈 영혼을 치유해주고 자신이 가졌던 미움을 버리고 그들을 용서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으로 세상을 구한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