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내력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2
오선영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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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출판

오선영 지음

<<모두의 내력>> - 소설/ 한국단편소설


자신이 만든 세계 속 인물들에게 좀 더 희망찬 이야기를 만들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해야할까.. 라고 말하는 저자

소설 속 인물을 연민,동정하지 않고 미화하지 않기 위해
한 문장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고 하는 저자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채
담담한 투로 써내려간 그녀의 단편 8작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과한 미사어구가 없어도,
크게 감정을 후벼파지 않아도
우리 삶을 깊숙이 생각해보게끔 하는
멋드러진 소설을 만들어 낼 수 있구나 ... 싶다 

 


8개 단편 중 하나를 소개한다

그녀의 신춘문예당선작 <<해바라기 벽>>

벽화마을에 살고있는 가난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소녀의 일상을 그려낸 이야기다

여러집이 산중턱 공동화장실을 써야하는 산동네 소녀

사춘기 고등학교 소녀에겐 이 삶이 너무나도 가혹하다

그녀의 최대 낙은 피씨방에서 블로그에 가짜 삶을 적어내고, 나의 이웃블로거들이 단 댓글을 보고 위안과 행복을 얻는 것이다.  

이웃블로그를 방문하던 어느 날, 자신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을 발견한다

며칠안 이 사진은 파워블로그가 되어 인터넷 메인창을 메우게 되고 "여학생에게 화장실을 만들어 주자"라는 게시판까지 생긴다

세상사람들은 이 소녀에게 큰 관심을 쏟으며 국가의 보조를 들먹이기도 한다

여론이 드세지자 지역 구청장은 선수치기를 하는 행태(집을 찾아와 이 사진속 주인공이 맞느냐 하며)를 보이기도 한다

그녀의 마음은 좋기도 나쁘기도 한다

그러던 중 벽화마을 소녀 블로그가 실시간 검색1위로 오른다

내용인 즉 우리가 불쌍히 여기고 연민해왔던 소녀가 여태 거짓말을 일삼으며 거짓삶을 블로그에 꾸며오고 있었던 것이고 부잣집 딸 행세를 하고 있었다는 내용

하루아침에 소녀는 인신공격을 받는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간다

그녀는 화장실을 만들어달라지도 않았으며 우리집 사진을 찍어달란 적도 없다. 블로그를 발견한 사람때문인가? 구청장 때문인가? 블로그를 운영한 내가 가장 큰 잘못인가?

소녀는 부끄럽기도, 화가나기도, 현실이 가혹하기도, 참기 힘들기도 하다

그녀는 산중턱 화장실의 똥물을 퍼담는다

우리집 해바라기벽에 똥을 들이붓는다

노란 해바라기 잎들이 싱싱하던 꽃들이 하나둘 시든다

계속해서 누런 똥물을 붓고 또 붓는다


화가 나지만 억누를 수 밖에 없는 우리 현대인, 피해자, 기득권이 되지 못한 자들의 마음을 바라본다

사건, 사고에서 희생당하는 이들의 개인 사사롭고도 은밀한 삶을 들여다본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표현해낸 소설


그들이 결코 밝은 미래,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며 마무리 짓는 내용이 아니였더라도

(저자는 그런 부분에 있어 미안하기도 했다 한다. 그래서 더더욱 허투루 그들의 삶을 이야기 할 수 없었다고, 조심스러웠다고) 충분한 이야기인듯 하다

오히려 독자가 생각할 거리를 참으로 잘 안겨줬다는 생각이 든다

허무맹랑한 낙관론 보다는 처절한 현실 직시를 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니였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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