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어디에 두고 온 걸까 - 문득 어른이 되어 돌아보니
이애경 지음 / 시공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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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날이 있다. 엄청 위로 받고 싶은 날. 핸드폰을 뒤적여 연락을 하려고 보니 핸드폰을 한 번 걸쳐 오는 모양새가 맘에 안든다. 그럴때마다 의미없이 책을 뒤적이곤 한다. 무작정 위로가 받고 싶다. 종종 위로를 받을 때 나도 모르게 정당성을 부여할 때가 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어, 하고 무조건적인 이해를 바라기도 하고 나에게 허무하기도 하다. 찬란하다고 생각한 그 시절을 떠올리다 보면 그때의 나는 지금 없다. 나는 나를 어디에 두고 온걸까?


나름 바쁘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남들과 다른 것, 남들보다 빠른 것에 연연하기도 했고 뭐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졌다. 친구사이에 질투를 하기도 했고 더 지나서는 왜 몰랐을까 후회도 들었다. 그러다가 내 의도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바라고 계획했던 일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허망히 보다보니 흔한 말처럼 나에게 남은게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내가 어떤 기분인지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하나도 모른채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라는 불안이 생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게 현대인들의 특징이라는데 내가 그 대표인 것 같았다. 


시간이 많으니 걷는 시간도 많고 생각할 시간도 많아졌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내가 못하는 일도 '그냥'하고 넘기게 되었다. 그것도 그것대로 괜찮지, 물론 나에게 좋은 면만 생긴건 아니다. 우울한 면은 한없이 우울하기도 하고 익숙했던 일이 낯설어졌다. 마음이 한없이 떠버렸지만 든든하게 내 곁을 지켜준 가족 덕분에 좋아졌다. 단순한 표현인데, 좋아졌다라는 말외에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지금도 좋고, 점점 좋아질 것이다. 예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말을 들었는데 마치 허락처럼 들렸다. 책을 읽으며 자꾸 다른 사람들이 생각났다. 이번에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차례인 것 같다. 오늘 더 행복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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