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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여자의 일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김도일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고이즈미 기미코는 <변호측 증인>을 통해 처음 접했던 작가다. 이 책의 뒷부분에 수록된 해설을보니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1973년부터 1982년 사이에 발표한 일곱 작품을 묶은 것인데 작년(2019)에 코분샤에서 문고판으로 만들면서 원전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아름다운 추억>을 추가했다고 한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이 여성 탐정이 주인공인 P. D. 제임스의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An Unsuitable Job for a Woman)> 을 오마주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표제작 <살인은 여자의 일>은 헬렌 맥클로이의 <살인은 누구나 한다(Murder is Everybody’s Business)>에서 따왔다고 한다.
고이즈미 작가는 이 책에 수록된 <여도둑의 세레나데>와 <수사선상의 아리아>처럼 음악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을 자주 선보이는 작가다. <여도둑의 세레나데>는 좀도둑 패거리의 일원인 주인공 여자의 백화점 보안요원을 향한 사랑의 노래를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 <수사선상의 아리아>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에서 가져온 제목이다. 주인공 소년의 사춘기가 느껴지는 불안과 늙은 창녀의 슬픈 사랑, 그리고 형무소에서 막 출소한 중년 남자의 초조가 마치 질 좋은 홍콩 느와르 영화 한편을 감상한 듯 하다.
<살의를 품고 어둠 속으로>와 <두 번 죽은 여자>는 마지막 반전이 서늘한 감동을 준다. <두 번 죽은 여자>도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다. 주인공이 여자 재즈 가수인데 전체에 조지 거슈윈의 재즈곡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Somebody Loves Me)>가 흐르는 것이 연극 한편 본 느낌이다.
<털>과 <안방 오페라>도 정통 미스터리의 기법인 '서술 트릭'이 숨겨져있다. 이런 게 좋다. 마지막에 갑작스런 반전이 오는데 사실은 앞 문장에 힌트가 있다. 오랜만에 느낀 정통 미스터리의 참 맛!
나는 개인적으로 미스터리 소설의 꽃은 단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최근에 단편집으로서 기억할만한 작품들이 없거나 적었는데 이 책을 접하고 참 좋았다. 추가하자면, 번역이 참 깔끔했다. 술술 잘 읽혔을 뿐 아니라 묘사가 정확했다. 좋은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