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맨 - 교유서가 소설
이상욱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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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심장》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어떻게 이런 상상이 가능하지? 그리고 《스탠더드맨》을 읽으며 또 한 번 놀랐다. 이상욱 작가의 소설은 낯선 상상력으로 가득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 속에는 인간에 대한 따스한 온기가 흐른다. 《기린의 심장》이 환상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면, 《스탠더드맨》은 그 세계를 SF의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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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소판돈의 낙서견문록
김종광 지음 / 스토리코스모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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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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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소판돈의 낙서견문록
김종광 지음 / 스토리코스모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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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여, 어떤 게 진짜 좋은 문학인갑?


창작 동기를 떠나, 독자님들께서는 일단 가볍게 즐기셨으면 좋겠다. 소설이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탄생했고 발전해 온 건 분명하니까.

(p.228, 작가의 말)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소설을 만났다. 


『소설가 소판돈의 낙서견문록』을 읽었다. 책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율려국’이라 적힌 지도가 그려진 보라색 삽화가 눈길을 끌었고, 그 아래를 감싼 띠지와 검정 바탕이 독특한 조화를 이루며 묘한 매력을 풍겼다. 보면 볼수록 강하게 시선을 끄는 표지였다. 


책장을 한 장 넘기면, 이십여 년 동안 꾸준히 다작을 이어온 작가의 발자취가 소개되어 있다. 다시 한 장을 넘기면 차례가 나온다. 제목 하나하나가 흥미로웠다. 


낙서인 서열 국민투표

붉은 방의 체 게바라

최고낙서가

인간해방혁명

낙서부인의 재림


작가의 말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한국의 소설가 소판돈이 ‘낙서’ 취재 차 가상의 나라 ‘율려국’으로 떠나는 첫 장면부터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가볍게 흘러가던 이야기가 점차 진행될수록 점입가경의 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읽다 보면 어느새 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에 점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소설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율려국‘에 대한 도발적인 상상력, 한없이 찌질해 보이는 주인공, 감각적인 언어로 구사되는 문장 덕분에 재밌게 읽혔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중반부쯤 들어서면서부터 깨닫게 되었다. 


이 소설은 작가의 말처럼, 단순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혁명을 통해 ’인간해방전선‘이 무력으로 율려국을 장악했을 때, 모든 대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물대포를 맞으며 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능력하기만 한 소설가 소판돈을 바라봐야 할 때. 어느샌가 독자는 다른 층위의 이야기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마음속에서 어떤 분노와 슬픔과 연민 따위의, 한데 어울리지 않을 법한 낯선 감정이 서서히 배어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


잠깐 화제를 돌려본다.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요?

모르겠어요... 아마도 광대일 것 같아요.

(-베르나르 뷔페)


20세기 프랑스의 마지막 구상 회화 작가인 베르나르 뷔페의 말이다. 이는 살아생전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뷔페가 남긴 대답이다. 뷔페는 평생 자신의 자화상으로 수많은 광대를 그렸다. 이는 제 2차 세계대전을 지나며 모든 것이 무너지고 폐허가 된 세상 속에서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한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조각난 눈, 코, 입, 그리고 귀. 서로 다른 색으로 파편화된 얼굴. 


그것은 곧, 광대와 서커스라는 주제를 통해 뷔페가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의 내면과 외면, 그 본질적 이중성에 대한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일 것이다. (출처-예술의 전당, 참고)


*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밝힌다. 해학으로 우리 문학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질문해 보고 싶었다고. 답이 아니라, 물음이라고. 흥미롭게도, 작가가 전략적으로 택한 풍자와 해학이라는 방식은 묘하게도 뷔페가 그린 광대의 모습과 닮아 있다. 


『소설가 소판돈의 낙서견문록』을 끝까지 읽고 나니, 나도 소판돈에게 이렇게 묻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어떤 소설가로 기억되고 싶나요?"


어쩌면 그는 이렇게 답할지도 모른다. 


“모르겠어요... 제가 소설가인지조차도요.” 라고.


이 소설은 어쩌면 소판돈의 자화상 같은 작품일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깨지고, 부서지고, 조각난 율려국이라는 세계 속에서,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살아가야만 하는 소설가 소판돈의 비극적인 운명. 하지만 그는 끝내 어떤 해답도 제시하지 못한다. 


『소설가 소판돈의 낙서견문록』은 한국 문학판을 노골적으로 풍자한 전례 없는 소설이다. 이 땅에서 문학하고 살아가는 사림이라면, 누구나 이 풍자의 속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안에서 나뒹굴며 살아남고자 발버둥 친 소설가 소판돈의 작가적 삶이 결코 소판돈만의 것이 아님을 이 소설은 되짚어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소판돈의 자화상이 바로 나의 자화상이 아닌가, 소름 돋게 만드는 소설이다. 희비극으로 징하게 버무려진 한마당 메타판타지풍자극을 보고 나면 진하게 걸러진 생막걸리가 절로 떠오를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 소설가 소판돈은 내게 이렇게 물어오는 듯하다. 


대중이여,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십.

어떤 게 진짜 낙서인갑?

어떤 게 진짜 좋은 문학인갑?

(-소판돈의 낙서견문록, P.213)


우리는 그의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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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엽 브레이커 스토리코스모스 소설선 : 21세기 소설 라이브러리 1
고요한 외 지음 / 스토리코스모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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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삶을 바라보는 안경이 있다면, 내겐 어떤 스펙트럼이 있는 걸까. 


전두엽 브레이커는 내게 이와 같은 질문을 제시해 주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이유는 최근에 좋아하던 작가가 저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면 그 작가의 책을 몰아 읽는 편이다. 그 작가의 세계관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알던 세상이 낯설게 보이기도 하고, 또 내가 모르던 세상을 새롭게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한 작가 위주로 읽다보면, 간혹 ‘편식’에 치우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전두엽 브레이커는 독서에 관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열 명의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두엽 브레이커에 실린 열편의 작품들은 각각 다른 장르와 개성을 지닌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이 책을 읽었다. 일단 가독성이 좋았다. 각 작품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독자 입장에서는 각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자를 위한 한상 차림’이라는 기획의도에서처럼, 문학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덕분에 ‘편식’하지 않고 한 편 한 편 골고루 읽을 수 있었다. 



「전두엽 브레이커」 : 무경계의 SF 판타지


작가의 거침없는 입담에 사로잡혀 단숨에 읽었다. 황당한 설정과 이야기로 인해 읽는 내내 허탄한 웃음이 났다. 그런데 다 읽고 나자 왠지 씁쓸한 기분에 휩싸였다. 현실에 대한 작가의 뼈아픈 고뇌가 느껴졌달까. 삶에 대한 고군분투는 비단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일하게 느낄 법한 공감대이다. 희망과 좌절, 실패와 성공, 노력과 공허, 그 경계 어딘가 쯤에서 아마 이 소설이 탄생한 건지도 모르겠다. 아픈 걸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작가적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 :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이 소설은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나의 일상이 일거수일투족 국가 기관의 감시를 받는다. 만일, 실제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 한 판 소동이 이는 가운데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아프고 웃픈 이야기이다. 

코로나 발생 이후 근 3년이 지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은 예전을 회복했다. 그런데 그것은 진정한 차원에서의 회복을 의미할까. 작금의 상황을 보노라면 ‘회복’의 의미보다는 ‘팬데믹=일상’이 당연한 공식처럼 자리 잡게 된 ‘기점’으로서의 의미에 보다 가까운 것 같다.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현실은 총체적으로 팬데믹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현실이 설정 없는 실전의 연속이라면, 어떤 설정이 고스란히 ‘현실’을 떠안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까? 웬만한 자극적인 영상물에조차 독자는 요동하지 않는다. 가장 지속적이며 손쉬운 방법은 전두엽을 자극시켜 말초적인 중독성을 일으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요한 작가는 소설이 지녀야 할 본연의 의미에 대해 되묻는 듯 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을 각인시키며,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조차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노력과 몸짓일 것이다. 



「운명을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 : 현실과 평행 우주를 넘나드는 롤러코스터


한 여름 폭우가 쏟아지던 날, 두 남녀는 터널 속의 차에 갇힌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소설의 도입부를 보자면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인가 싶다. 하지만 점차 소설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좌회전과 우회전, 직진과 뉴턴을 반복하더니 종횡무진으로 내달린다. 따당따당따땅, 빗소리가 날 때마다 두 남녀의 운명은 서로 뒤바뀐다. 마치 현실과 평행 우주를 넘나드는 롤러코스터에 오른 느낌이랄까.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운명적인 코드를 쫓는 재미가 솔솔하다! 다 읽고 나니 어느덧 내 귓전에 운명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공명처럼 울린다. 



「걷는 여자, 걷는 남자」 : 독특하고 독보적인 세계관


김솔 작가는 매 작품마다 낯설고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 「말하지 않는 책」이 언어에 관한 세계관이라면, 이 작품은 사랑에 관한 세계관을 다룬다. 처음 이 작품을 접할 때 조금 관념적으로 와 닿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이 주는 깊은 여운 속에 이내 그것이 내 현실과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 현실이 이렇게도 해석될 수 있구나! 본류와 지류처럼, 관념성과 현재성은 절묘한 지점에서 교집합을 갖는다. 독특한 매력과 함께 보편성을 지닌다. 


이 소설은 김솔 식대로 사랑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사랑이 아주 낯설다. 낯설다는 것은 해석의 차이를 의미할 것이다. 흔히 사랑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산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사랑의 의미는 인간의 의식에 내재하는 선험적인 경험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이족보행을 하게 된 인류는, 현 세대까지 ‘걸음=기록’을 통해 오늘의 나에게까지 도달한다. 그 걸음이 서로 만나는 순간, 두 존재의 사랑은 시작된다.



「당신의 선택이 간섭을 일으킬 때」 : 삶이 도박임을 제대로 보여주는 SF


“인류의 역사는 도박의 연속이었어. 도박이나 모험은 정말 한 끗 차이야. 알 수 없는 미래에 가능성을 던지는 거잖아.” (-소설 중 일부 발췌) 이 소설에는 주인공과 형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도박을 하러 집을 나간 형을 찾으러 가는 내용인데 전개과정이 기가 막히다. 정말 잘 만들어진 SF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도박이라는 전제 또한 기가 막힌데, 진짜 도박장이 나오고, 형이 도박을 한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그들의 인생과 그들의 관계성을 민코프스키 4차원 공간 이론에 근거하여, 보편적 가치로 해석해낸다. 도박장이라는 배경 설정도 좋았다. 선택이 지닌 도박과 모험의 속성을 다루는데 최적의 공간이 아닐까 싶었다. 물질로 이루어진 우주 속에서, 파동,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 등을 통해 삶의 적나라한 실체와 마주한 기분이었다. 매력적인 SF 소설이었다. 



「R300」 :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SF


이 소설은 근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한 미래 세상에서 거주지는 구획별로 나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그들에게 기후, 전쟁, 그리고 바이러스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질까. 무엇보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감탄한 것은, 정교하게 세팅된 미래의 가상공간이다. 이처럼 탄탄한 배경설정을 통해 소설은 보다 리얼리즘을 확보하게 된다. R0부터 R100의 구획으로 나뉜 세상, 감염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도시는 포화 상태에 이른다. 박테리아의 출현과 외부로의 전출입이 제한되는 상황, 누군가 나우를 찾아오는데..... 점점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으로 치닫는 요즘, 이 소설의 상황들은 조만간 리얼한 현실로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소설에서 리얼리티가 살아 있으려면, 무엇보다 기초 공사가 제대로 되어야 함을 재차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방독면을 쓴 바나나」 : 독자를 사로잡는 마술적 사실주의


이 소설은 우크라이나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작가의 말 또한 그러하지만,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좋았다. 특유의 직관과 통찰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점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동시에 따스한 인간미가 느껴졌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 혹 나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인지, 스스로 자문하게 되었다. 한정된 시각에 갇혀 좁은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안주해 버린 건 아닌지.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작품이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마술적 감성은 독자를 사로잡는 마력을 지닌다. 



「여분의 사랑」 : 사랑의 다면성에 관한 서늘한 소동극


이 소설은 사랑에 관한 다양한 측면을 보여준다. 사랑뿐만 아니라 그것에 내재된 폭력성을 서늘하게 그려낸다. 지극히 일상적인 두 커플의 이야기. 전혀 폭력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언제든 가장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관계. 둘의 관계는 그들이 기르던 개를 통해 드러난다. 이 소설에서 개가 갖는 의미는 소재인 동시에 주제적 의미를 내포한다. 까메오로 등장하는 펜션 주인의 역할도 한 몫. 마치 한 편의 소동극처럼 펼쳐지는데, 적절한 거리두기를 통해 ‘사랑’에 관한 다면성이 서늘하게 잘 그려졌다.  



「스탠다드맨」 : AI 시대에 인간의 실존에 대해 묻는 SF


이 소설은 한 편의 블록버스트 급 SF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스탠다드맨을 통해 인간의 실존에 대해 묻는다. “사랑이라는 기억에 대한 집합적 표상은 완벽한 대상, 완벽한 관계, 완벽한 결말과는 거리가 멀다. 미란의 말에 의하자면, 그 첫 기억은 ‘공백’으로부터 시작된다.”(-스탠다드맨 중 부분 발췌) 

시공간을 초월하여 보편적인 가치를 다룬 작품이다. SF소설이지만, 주제에 대해 작가는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뿐만 아니라, 기발한 상상력과 경계없는 발상으로 이 소설을 읽다보면 일종의 지적인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앞서 블록버스트 급이라고 한 이유 또한 이 소설에서 다루는 영역이 그만큼 광범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학, 과학, 심리학, 인류학, 철학 등등. 이야기의 깊이를 더해주는 다층적 요소들은 적절한 배합으로 배경 처리되어 작품 속에 용해된다. 그로 인해 독자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인류는 이미 표준화된 집단의식 속에서 서로에게 길들여지고 또한 서로를 길들여간다. AI의 등장으로 ‘우리’의 범주에 ‘새로운 의식 공동체’가 등장했다. 인간성 상실마저 우려되는 시대에 작가는 진지하게 인간의 실존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도대체 뭡니까? 



「그래도 되는 사이」 : 단편의 묘미를 잘 살린 소설


정무늬 작가의 소설은 언제 읽어도 생동감 있다. 이 소설 또한 그러하다. 트렌디한 소재, 활달한 문제, 군더더기 없는 전개, 익숙하지만 낯설게 그려진 일상. 가독성 면에서는 단연 압권이었다. 란주, 외솔, 하현. 작중 세 인물은 세상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방식이 각각 다르다. 사뭇 도발적인 소재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단편이 주는 매력이 통통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열 가지 스펙트럼으로 바라보는 일상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작품들은 각각 다른 스펙트럼이 되어 우리의 일상을 비춘다. 그만큼 독자들에게 와 닿는 의미도 제각각 다양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진정한 다양성의 또다른 표출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리즘이 대세인 시대, 다양성의 의미란 무엇일까. 부족하지만 전두엽 책을 통해 리뷰를 적으며, 나름 내가 가진 삶의 스펙트럼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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