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즈의 아홉 가지 인생
도나 프레이타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평점 :
[로즈의 아홉 가지 인생]
_ 도나 프레이타스
⠀
다채롭고 반짝이는 삶을 연상시키는 ‘아홉 가지 인생’은 제목에서나 그렇지 내용에서는 빛나지 않는다. 그중 어떤 인생에서 로즈는 진실된 자신으로 살 수 있었나? 생각한 적 없는, 인생에 없던 선택지가 등장한 것도 모자라 그 선택지만이 답이라고 주위에서 떠들어댄다. 원하지 않는 기로에 놓인 그녀가 강요 받은 다른 삶 혹은 다른 자아는 로즈를 얼마나 공격했을까.
⠀
하지만 그토록 저항해오던 삶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로즈가 자신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또는 받아들이는 모습에 감동받는다.
⠀
✔️ 모성과 부성은 과연 무엇일까. 부모가 된다면 가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이에 대한 사랑이다. 태어나기를 선택하지 않은 아이를 우리의 선택과 욕심으로 나았으니 마땅히 져야 할 책임 그리고 그 이상의 설명할 수 없는 피로 맺어진 관계에 가지는 감정. 그런 것을 우리는 부성, 모성으로 말한다.
⠀
부모의 선택에 의해 태어날 아이가 행복하려면 부모의 선택은 자의가 되어야 한다. 모두에게 부성과 모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아이를 원히지 않는데 한 쪽의 강요와 칭얼거림으로 태어난 아이는 원하지 않은 사람 쪽의 사랑을 못 받을 수 있거니와 아이는 당당하게 요구하지도 못할 것이다. “마음대로 나를 낳았으면서 왜 마땅한 책임을 다하지 않아요?” 라는 요구. 혹은 자신을 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안 다면 요구도 심지어 원망하지도 못할 것이다.
⠀
부와 모 중 아이를 원하는 사람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 상대를 위해서도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도 그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
로즈의 남편 루크처럼 칭얼거림으로, 세상 사람이 다 그랬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이혼이나 외도를 하는 치사한 방법으로 설득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는 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며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따르는 희생은 누군가 한 세상을 잃을 수 일인데도 어떤 한 세상을 잃은 건 루크가 아니라 로즈였다.
⠀
임신이 된 후부터 혹은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온 후부터 시작되는 게 부성이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부터 부성이라고 생각한다. 루크는 부성이 강했다. 아이의 출생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출생 후 루크의 부성은 자신이 일을 하고 돈을 번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었다. 반면, 로즈가 박사로 하는 일은 가정을 위한 게 아니라 오직 자신을 위한 개인적인 일이며, 로즈 한 명을 위한 자아실현의 일이어서 가정을 위한 일에는 속하지 않는다. 루크의 일은 자신의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근데 만약 가족이 없더라면 루크는 그 일을 포기했을까? 자기가 살기 위해서라도 일을 했을 터다. 하지만 루크는 로즈가 힘겹게 탄 연구지원비에 진심어린 축하를 하지 않았다. 단지 짧은 장면 묘사만으로 문제의 핵심을 꿰뚫었다.
⠀
유독 부성보다 모성이 더 진하다고 말해지는데, 그것은 그렇게 만든 세상의 틀 안에서 강요되어지는 것이다. 내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부, 모에게 모두 있을 수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여성을 육아라는 책임을 마땅히 가져야 할 존재로 지목했다. 그리고 모두가 틀렸다고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생각도 맞다는 걸 한 개인으로서 알리려고 애쓰는 로즈의 삶 때문에 이 책은 읽어야 한다.
⠀
무엇보다 다가온 9가지 삶에서 로즈가 사랑하려 애쓰는 모습을 책을 통해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