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식사할 시간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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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하지만 아름답다,
삶을 균열시키는 치명적인 비밀을 간직한 아홉편의 이야기

 

 

 

 

도서 개들이 식사할 시간은
이미  "하품은 맛있다" "굿바이 파라다이스" 등을 출간한 강지영 작가의
아홉편의 단편소설 모음으로 각기 다른 매력과 문체를 지닌 이야기들이 담겨긴 책이예요.

도서 개들이 식사할 시간을 모두 정독하고 나니
'그녀는 탈월한 이야기꾼'이라는 평가가 결코 과장됨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마치 여러 작가의 단편 모음집을 보는 것 같이
다양한 장르를 넘나는 건 물론, 소재도 반전도 끝맺음도 군더더기 없었거든요.

 

 

도서 개들이 식사할 시간은

개들이 식사할 시간/눈물/거짓말/스틸레토/사향나무 로맨스
키시는 쏨이다/이상하고 아름다운/허탕/있던자리
총 아홉편의 단편소설들이 들어있습니다.


아홉편의 단편들은 어우러지는 찬반이 한꺼번에 나오는 한상차림이 아닌
에피타이저 없이 메인음식이 훅- 하고 먼저 나오고
그 뒤로 가니쉬,디저트가 나온 느낌.
그만큼 단편 개들이 식사할 시간과 앞쪽에 나온 단편들이 임팩트가 강해요.

 

 

 

 

메인음식 같았던 단편-개들이 식사할 시간


어머니와 특별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이
안부만 간간히 물으며 "언제 한번 뵈러 갈게요"를 말하는 36세 주인공.
어느날 한달전에 어머니가 실종이 되었고,
시체로 발견되었으니  부고를 확인하라는 형사의 연락을 받는다.

하지만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구겨지고 피범벅이 된 여자의 시체는
여느 시골 아낙의 모습처럼 꽃무늬 바지, 낡은 운동화를 신었고
기억속의 어머니와는 다르게 쌍커풀과 틀니를 하고 있다는 점에 안도한다.

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의 동네 술친구였던 장갑(이창갑)씨에게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었고 본인과 재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


내용중 이창갑은 개 도살꾼으로 나오는데
실제 작가가 도살현장을 지켜봤나 싶을 정도로 표현이 사실적이거니와
단편이지만 읽을수록
반전에 가까운 내용들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어요.

 

 

 

눈물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
대기업 방수공장의 산화규소의 독국물로 마을이 폐허가 되었지만
 보상을 받아 먹고 사는데 불편함이 없자 그 보상에 익숙해진 마을.
향순은 독국물로 인한 것인지 눈이 3개인 아이를 출산한다
그 아이의 3번째 눈에서 눈물이 흐를때마다 큰 값어치의 보석이 떨어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향순과 마을사람들은 지독하게 그녀에게서 눈물(보석)을 뽑아내는데..



보석을 흘리는 소녀라는 환상적인 요소가 담겨있는 이야기였지만,
이기심, 그리고 물욕에 대해 뼈저리게 현실적이라
읽는 내내 그리고 마지막까지 소름이 돋았던 단편이예요.
사실 눈물이 보석이 된다는 소재는 꽤 이미 여러번 접해봤는데
강지영식 이야기는 좀 더 현실적이고 비참해요

 

 

 

 

각 단편들의 공통 된 키워드는 "비밀"
그리고 "환상적"이지만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단어를 꼽을 수 있을것 같아요.

해파리처럼 재생과 소멸을 반복하는 소재나
눈에서 눈물대신 보석이 떨어지는 소녀,
신선을 만나 알까기를 하는 꼴찌 영업사원
느끼지 못하는 여자와 성매매여성들도 거부할정도로 큰 성기를 가진 남자
이야기 자체가 허구성이 있고 환상적인 부분들도 있지만
그 안에 참혹하게 현실적이고 꽤나 구체적인 상황이 녹아들어 있어서
몇 단편은 주변에 이런일이 벌어질것만 같은 으스스한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단편들마다 각기 다른 작가가 글을 쓴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다양한 문체와 소재에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요.
조금은 슬프기도, 씁쓸하기도, 때로는 허무한 이야기들도 있기도 합니다.
짜임새가 탄탄하고 이야기의 흐름도 이질감이 없어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작가는 정말 탁월한 이야기꾼 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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