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만든 20인 - 세계의 여성들
박석분 지음 / 새날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수많은 사람들 중 20여 명의 여성들의 삶을 정리한 책입니다. 저자가 여성 운동 단체에서 일을 했던 전력과, 과거 여권 신장을 위한 여러 저작 활동을 펼쳤다고 말씀드리면 이 책의 전개 방향이 쉽게 짐작 가시리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있는 과거 역사 속의 수많은 여성들 중 여자의 몸으로 한 나라의 군주가 되었거나, 여성 권리 향상을 위해 몸바쳐 싸운 여성 운동가들, 혹은 어리석은 관습과 시대적 한계에 맞서 자기 영역을 개척한 여인들, 그리고 여성이란 이유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안타까운 여성들 20인을 골라내 엄청난 양의 전기와 역사서, 참고서적 등을 읽고 그들의 삶을 이 책 속에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답니다.

페미니즘 소리만 들어도 무조건 흥분부터 할 나이는 지났고, 그렇다고 페미니즘에 관심이 큰 것도 아니고...(아마도 하층의 삶을 마지 못해 살아야 하는 여성들의 이익은 대변하지 못 하고 먹고 살만한 유한 부인들끼리 모여 앉아 여권 운동가라는 허울 좋은 감투에 현혹되어 기득권을 쥔 남성 권력자들에게 도리어 아부를 하는 일부 부르주아 여권 운동에 관한 실망일 수도 있고... 혹은 현 세대를 남성 상위로 규정하고 전복과 파괴를 통해서만 여성 상위를 이루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급진적 운동가들에게 질려버려서 일수도 있겠죠.. 사실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제대로 알지도 못 한 타자로서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서두요..) 그냥 세계사를 연대순이나 사건순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간단하게 정리된 문헌으로서 다시 보고자 하는 맘에 선택한 책입니다. 읽다보니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것들이 대부분 기억이 나서 다행이란 안도감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제가 살고 있는 현실은 아침에 지각 않고 제 시간에 직장 가고, 점심, 저녁은 뭘 먹을까 고민하고, 하는 일이 원만히 잘 풀렸음 하는 걱정들, 혹은 사람들 때문에 받은 상처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내 삶이 장미빛 인생으로 활짝 피어날 것인지에 관한 세속적 생각들이 우선이죠. 학교에서 배운 거창한 세계사 따위는 제가 사는 일상에는 끼어들 틈이 거의 없다가, 책을 읽거나, 뉴스를 보거나, 퀴즈 프로를 볼 때만 간간히 그 어렴풋한 존재를 드러내곤 하지요. 매우 희미하게...

책에 관해선 그다지 할 말이 많진 않네요. 저자가 방향은 그렇게 잡아다손 치더라도 많은 참고문헌을 보기좋게 정돈해서 짜깁기 한 리포트 같은 느낌인데... 중요한 건 과거 여성들이 이렇게 억울하게 살았다, 이렇게 여권을 위해 노력을 했다...라는 동어반복 외에 자신의 견해를 제대로 밝힐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단 점입니다.

어쨌든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세계사를 복습할 좋은 기회였고, 대개는 유명한 여인들이지만 여태껏 제가 전혀 몰랐던 몇몇 여성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근데 한국 여성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질 않아 궁금하게 여겼더니만 같은 저자의 한국편 여성사가 또 있더군요. 기회가 된다면 봐야지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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