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일본 문화 - 한림신서일본학총서 24 한림신서 일본학총서 98
다다 미치다로 지음, 김행원 옮김 / 소화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다다 미치다로의 강연 내용을 『身邊の日本文化』라는 책으로 모아 놓은 것으로 연설문이었던 글을 책으로 펴낸 것이기 때문에 무척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서, 읽는 동안 일관된 주제로 정리해 기억하기는 쉽지 않은 듯 하다. 이 책의 전체적 주제는 생활 속의 여러 문화를 일본과 서구의 비교를 통해 그 차이점과 특징을 발견해 내고 거기서 일본인에게 깊이 각인 되어 있는 독특한 미의식을 밝혀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반감들에 대해서 먼저 얘기를 하고 싶다. 저자는 젓가락과 꽃꽂이 등 많은 일본문화를 서구와 비교하며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분명 문화적 우위를 따질 수 없다면 서도 일본 문화의 우월함을 내세우는 듯 했다. 또한 모방 문화가 세계 문화의 본류여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감을 느꼈다. 그는 모방하는 것에서 가장 위대한 문명이 생겨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가 독창성을 중요시 여기는 프랑스 사람이어도 그렇게 얘기할 수 있었을지 그것이 궁금했다.

또한 저자는 왜 모방이 원류가 되어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했으며, 자신이 모방 문화를 선도하는 일본인이기에 그런 주장을 펼친 게 아닐까? 또한 저자는 중국 여성들은 노는데 능하고, 일본 여성들은 지혜로워서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었다는 식의 비교는 그야말로 자화자찬이 아닌가 싶다. 만약 이 저자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했다면 중국 여성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점도 함께 언급했어야 하지 않을까?

다음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을 통해 느낀 일본 문화의 긍정적 측면이다. 앞서서 저자의 생각에 반감을 표시하기는 했지만, 일본은 좋은 타문화가 있으면 이를 빨리 수용해서 자신들에게 맞게 수정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다시 이를 세계화 시켜 역전시키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우리가 그들을 질투하고 있는 동안 그들은 계속해서 세계를 향해 문화를 재역전 시키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문화를 모방해서 일률적이지 못하고 체계도 없는 무질서함을 나타내지만 거기서 생기는 갈등의 에너지가 그들을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일본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점들을 얘기하고 싶다. 우리와 갈등의 역사를 가진 이들이기에 아직도 어른들은 일본인들을 심하게 비난하고, 이에 영향을 받은 우리는 일본에 대해 뿌리깊은 반감을 갖게 된 것 같다. 요즘은 많이 개방되고 있지만 일본 문화의 유입은 오랫동안 금지됐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의 노력 없이, 단지 그들의 단편적인 문화 현상만을 보고는 그들을 감히 비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인의 문화 현상, 그 기원과 문화 조성의 환경, 이로 인해 형성된 일본인의 의식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들이 일본 사람들은 정말 이상해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단편적 문화 현상만을 놓고 봤을 때, 특히 자국의 문화적 견지에서만 이를 바라봤을 때 당연히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각 문화를 가지고 비교우위를 둘 수가 없다고 분명히 언급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일본인이 쓴 일본 문화관이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를 옹호하거나 변명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 책이 비교 문화론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자연히 저자의 옹호나 변명에 반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비슷한 점도 어느 정도 느꼈고, 여태껏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 반감을 표했던 나에게 그들의 의식 구조가 이렇기 때문에 그런 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던져준 것이 더 많아 문화의 다양성을 실감하고 이를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제 다시는 내게 다소 기묘해 보이는 다른 사회의 문화 현상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기도 전에 내 기준의 잣대로만 재는 일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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