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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읽는 장자 ㅣ 곁에 두고 읽는 시리즈 2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쉽게 장자의 사상을 접할 수 있다. 정통 철학, 인문학 도서라기보다는 인문학 입문서, 자기계발서에 가깝다고 느낀다. 이는 표지 상단에 있는 '내 인생에 희망이 되어준' 이라는 문구을 보니 얼마 전 유행한 '힐링' 열풍이 떠올랐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장자'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도교, 노장사상, 무위자연, 호접지몽과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기엔 충분하다.
학창시절 때 도덕시간에 잠깐 배웠던 짧은 지식만으로도 읽기에는 무리가 없다. 아니 정말 장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무난할 것이다. 저자가 최대한 한문을 자제하고 읽기 쉽게 쓰려고 노력한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책을 다 읽고 덮은 후에, 알쏭달쏭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장자의 사상이 익숙하지 않아서일수도 있고 상식과는 다른 충격적인 부분이 많아서일까.
책의 크게 3개의 주제로 나뉜다. 도의 세계, 무위의 세계, 지락의 세계.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첫 번째 주제인 '도'에 대한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면 그것은 더 이상 도가 아니다. 볼 수 있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말장난 같기도 하다. 시간, 생각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도를 깨우치면 자연스레 지락의 경지에도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아직 난, 수양이 부족한가보다.
가장 와닿지 않았던 부분은 세 번째 주제인 '지락'에 대한 부분이다. 무위와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인위에서 벗어나고 있는 그대로를 즐기면 지락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부, 재산과 같은 것에 집착하지 않고 소박한 삶을 영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장자의 말은 오늘날 현실과 좀 맞지 않아 보였다.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일게다.
글은 주로 짧은 일화(예시)와 그에 대한 장자의 가르침이 덧붙여지는 형식이다. 정말 다양한 분야의 예시가 나온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역사 속 일화, 소설, 전설, 외국의 시 등. 새로운 이야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저자의 넓은 식견을 느낄 수 있는 바다.
다음은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이다.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자네의 말은 쓸데가 없네."
장자는 이렇게 응수했다.
"쓸모가 없다는 것이 뭔지를 알아야 뭐가 진짜 쓸모 있는지를 말할 수 있다네. 땅이 넓지만 사람이 걸을 때 쓰는 것은 발로 밟는 부분뿐일세. 그렇다고 발로 밟는 부분만 남기고, 그 밖의 땅은 파버린다면 사람들이 그 땅을 쓸 수 있겠는가?"
"쓸수가 없지."
"그렇다면 쓸모없는 것이 실은 쓸모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허를 찌르는 말과 함께 생각할 '곁에 두고 읽는 장자'는 바쁜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장자의 철학을 접할 좋은 매개체가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