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는 어째서 첫 번째 밤이 찾아왔는지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톰도 그저 병의 부작용, 방사능 등이라고 넘겨짚을 뿐이다. 마을 사람들 또한 그들이 왜 좀비가 되었는지, 좀비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또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물어보지 않는다. 정작 담장 밖에는 언제든 자신들을 잡아먹을 좀비들이 가득 있는데도 말이다. 좀비를 전부 죽이지 못하다면 인간은 결국 좀비와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들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궁금해하지 않은 채 그저 담장 안에서 살아간다. 언제든 첫 번째 밤과 같은 일들이 또 벌어질 수 있는 것을 망각한 채.
찰리는 좀비를 오락거리로 삼고 잔인하게 죽인 자신을 후세에는 영웅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엔 찰리 또한 자신이 믿고 싶은 걸 믿고 그것을 합리화하는 인간일 뿐이었다. 궁금해하지 않으면, 질문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에 먹혀들어간다. 작가는 찰리를 통해 궁금해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말하고 있다.
톰과 베니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찰리와 해머를 없애고 어느 출입제한 주택지로 향한다. 집 안에는 묶여있는 여자 좀비가 있었고, 베니는 울면서 그 좀비의 마지막을 편하게 보내준다. 일을 마무리한 톰과 베니는 닉스와 함께 동쪽, 시체들의 땅 저편으로 가보자고 말한다. 그들이 본 비행기를 떠올리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묘하게 「진격의 거인」이 떠올랐다. 인간을 잡아먹는 거인을 피해 벽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 나갈 수 없으면서도 바다를 보자고 말하는 아르민, 자유를 찾아 벽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엘런, 비행기를 보고 동생과 함께 제한구역 밖으로 나가는 엘런의 아빠 등. 이 소설에는 유독 「진격의 거인」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다. 그러니 진격의 거인을 재밌게 읽은 사람도 재밌게 읽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하고 읽었다가 인간의 존엄성이나 타자화 등 묵직한 주제를 건드려서 꽤나 무겁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과연 우리는 인간의 존재를 어디까지로 봐야할 것인가.
작가는 덤덤하고도 담백하게 물음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