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4
다자이 오사무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 생각뿔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아침 출근길은 지하철을 이용한다. 다행히 근무지가 역세권에 위치하여 지하철로 이동하기 유용하다. 출근길 지하철 안의 풍경은 한결같다. 못다한  잠을 청하는 사람과 휴대폰에 얼굴을 묻고 있는 사람. 간혹가다 책을 펼치는 사람도 보곤 한다. 난 버스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때 활자를 읽으면 멀미를 한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는 멀미를 하지 않기에 되도록이면 책을 읽는다. 백팩을 앞으로 매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최대한 몸을 움츠린 후 책장을 넘긴다. 생각뿔은 이런 나를 위해서인지 고전 명작 소설을 손바닥만 한 크기로 만들어 발간하였다. 책이 작은 만큼 가격도 저렴하다. 태블릿을 휴대한 사람이 전자책을 읽으면 아마 전자책의 활자가 더 클 것이지만 종이책만의 고유한 매력을 좋아하는 분들은 만족할 만하게 출판되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인간이면 누구나 한 번 겪어보았으나 말하지 못한 내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부조리 같은 우리 삶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책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가 되며 주인공인 요조의 삶에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위선이 요조나 다자이 오사무에게는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었음을 연신 이어지는 자살시도가 말해주었으며,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섬득하게 느껴졌다.

생각뿔에서 나온 [인간실격]은 총 198페이지로 되어있으나 무려 40페이지는 작품 해설 및 작가 연보를 수록하여 인간실격을 읽고 작품 해설과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그리고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기에 작가의 생을 알고 읽으면 요조란 인물이 무엇을 말하는지 다자이 오사무가 어떤 생을 살았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스마트 기기로 책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지만 책이 가지고 있는 활자의 매력은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은 분명 알고 있다. 그러기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전자책도 있지만 꾸준하게 책이 출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 활자의 매력에 휴대성을 더한 생각뿔의 [인간실격]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언제 다가왔는지 다케이치가 제 등을 쿡 찌르며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일부러 그랬지?"
저는 세상이 뒤집힌 듯 놀랐습니다. 일부러 실패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도 아닌 다케이치가 눈치챌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던 것입니다. 저는 온 세상이 일순간 지옥의 불길로 떨어져 활활 타오는 것을 눈앞에서 본 사람마냥 ' 왁' 하는 소리를 지르며, 동시에 자칫 미칠 것 같은 기분을 필사적으로 억눌렀습니다.
-P31-


나의 만족이 아닌 타자에 대한 만족을 위해 대부분 살아간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타자들이 제시한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좋은 직장을 가지며 좋은 집을 사고 좋은 차를 타길 원하는 우리네 삶은 다케이치의 한마디로 산산조각 부서질지도 모른다. 요조는 이를 알기에 부조리한 상황을 벗어나길 언제든 원했던 것이다. 타인과 다른 삶을 살면 인간으로서 합격이 아닌 실격이 되는 세상이 너무 싫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본다. [인간실격]은 쉽게 읽을 수 있으나 쉽게 잊히지 않는 소설임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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