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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 교역의 중심, 동·남중국해를 둘러싼 패권 전쟁 ㅣ 메디치 WEA 총서 10
마이클 타이 지음,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아시아 교역의 중심이자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가 깃든 동·남중국해” 이곳은 오늘날 아시아의 시한폭탄이라 불릴 정도로, 치열한 외교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장소입니다. 평소 한국이 동남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탓에, 그래서 관광 등의 교류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것처럼, 당연히 문화·역사적으로 많은 부분을 교류했다고 생각 해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들에 대해 알고 있던 지식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국가 간 상호관계의 역사를 주목합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사태(역사)를 바라볼 때 우리는, 더 나아가 모든 이들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공감은 결국 타자의 문화·역사를 이해하며 생기는 것입니다. 설령 그것이 백지상태여도 괜찮습니다. 충분히 이마저도 상호 신뢰를 쌓아 올리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자에겐 “우리 자신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는가?”라는 문제에 겁먹지 않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로서 느껴집니다.
따라서 어떤 나라에 관해 주장을 펼치려면 역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바로 저자는 그 비교대상을 ‘중국’에 무게를 둡니다. 더 이상 ‘중화인민공화국’만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단순히 ‘공산주의 중국’을 떠나, 자국의 오랜 역사와 조화를 이룬 주변 국가를 조명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우리 나라의 관점으로만 초점을 맞추고, 모든 정보를 바라보았던 편협함·협소함에서 벗어나게 도와줍니다. 그저 “화교란 무엇인지, 중국의 영토 분쟁이 어디인지” 일차적인 질문 지식보단, “화교는 이주(동남아)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동·남중국해의 영토 분쟁이 왜 벌어지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힘과 힘이 맞서다.”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일본 · 류큐 왕국 · 베트남 · 필리핀 · 말레이시아의 수천 년에 이른 역사적 사실들을 다시 불러 일으킵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을 중점으로 하되, 엄연히 중국사가 아닌, 중국과 이웃 나라 간의 국제관계사 라는 주제입니다. 그리고 그 매개체로 동·남중국해의 여러 섬들, 파라셀 제도 · 스프래틀리 제도 등의 섬들을 둘러싼 분쟁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동아시아의 외교라 하면, 한·미/일 관계에 주로 사로잡힌 사람으로서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당장 “동남아시아에 화교들이 많다.”는 키워드에서 비롯한, 연결고리들은 우리가 다소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을 짚고 넘어갑니다. 상대적으로 그들에 비해 중국과의 수교가 늦은 탓인지 모르겠으나, 미국의 시선에서 익숙해있던 한국인에게 “중국의 시선은 이렇습니다.”라고 제시하며 마치 밸런스를 맞추어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필리핀이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라는 역사적 사실엔 너무나 익숙하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중국인 메스티소’의 역할에 대하여 고민해본 순간은 사실상 국내에서 없었다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만약, 미처 몰랐던 이러한 내용을, 단지 교과서처럼 사실관계 나열에 불과했다면? 그저 관련된 정보를 다룬 영화 · 다큐로 감상하는 것이 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술서 · 회고록을 통해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려는 그의 노력은, 그렇지 않다는 증명을 합니다. 실제로 책 후반부의 20여 쪽에 달하는『주』를 보면, 그가 얼마나 손수 알찬 구성을 일구어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화교 이주移住사와 외세의 침략에 의한 수난受難사라는 생소한 역사 카테고리를, 독자 분들이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아무래도 저자는 중국을 오랜 시간 연구해온 만큼, ‘중국’에 비판적인 면모는 다소 찾기 어렵습니다. 허나 이 책을 읽고, 영토 분쟁 · 외교 문제의 중심에 서있는 그들을 옳고 그름의 ‘판단의 잣대’로 치세우기보다, 중국의 처지를 이렇게도 헤아릴 수 있구나. 이 정도로 여긴다면 분명 유익한 책입니다. 확실한건 다양한 국가 · 민족의 드라마를 나타낼 역사적 자료는 여느 역사서처럼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9699)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