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숨
김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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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나날에도 어김없이 피어오르는 과거의 상처와 미래의 불안

내면의 소용돌이를 잠재울 따뜻하고 부드러운 단 하나의 호흡법


“…이 초콜릿은 휠씬 더 달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카카오 특유의 씁쓸한 뒷맛이 여진히 남아 있어, 나는 그것도 내 안을 함께 받아들였다."(p221)


<깊은 숨>은 7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소설집이지만, 각각의 단편들은 서로 깊게 얽혀있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에는 모두 여성 화자가 등장한다. 각각의 여성화자는 마음속에 깊은 혼란스러움을 가지고 있지만. 이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혼란스러움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방법을 선택한다. 불안은 어쩔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이고, 꿈을 이룬다 한들 불안이 사라지지 않을 것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끊임없이 숨을 쉬는 존재, 분명히 살아 있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상상만으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김혜나 작가님의 작품을 읽는 것은 처음이다. 아직 내가 이런 이야기를 담아낼 만큼 깊은 사람이 아니어서인지, 혹은 다른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깊은 숨>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어렴풋이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적어도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과거, 현재, 미래의 후회와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법이 간접적으로나마 나타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느껴졌다. 이후 시간이 지나 이 책을 다시 펼칠 때, 처음 읽을 때보단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화자의 마음과 심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 


이 서평은 하니포터 4기로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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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 삶을 회복하는 힘,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목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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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이 벌어진 자리마다 새로운 풍요가 싹튼다.”

 삶을 회복하는 힘,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팬데믹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뒤바꿔놓을 것이라고는 2년 전의 사람들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만큼 불과 2년만에 급격하게 바뀌어버린 현재의 사회에서 풍요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란 무엇일까.
다만, 팬데믹 이후의 삶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사실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는 비단 그 하나의 질문만을 표면적으로 대답코자 저술된 책은 아니다. 우리가 이 사회에서 풍요롭게 살아가는데 어떤 생각과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자신의 태도 아래 어떤 사회가 자랄지를 알려주고자 세상에 나온 책이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이다.

“의심을 금지하는 시대는 이성의 작동을 마비시키는 시대다."(p.203)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라는 말이 따지고 보자면 퍽 틀린 말은 아니다. 하나의 문제를 향해서 맞다아니다를 따지기 이전, 그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문제에 대해 그저 가만히 있으면 누군가가 해결해 주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만 있다면, 그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나 다름 없다. 멍청한 지도자와 가축화된 국민이 사는 나라에서 발전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즉 팬데믹 시대다. 집 안에만 박혀 있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사각형 화면 안의 글자 몇 줄만으로 읽어내야 하는 시대. 그래서 세상을 향한 우리의 태도가 중요하다. 극단적으로 축약된 몇 글자로 전체를 파악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관심이 필요하고 의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태어났다. 생각하는 인간, 지혜로운 인간, 제 머리로 사고하고, 서로의 지혜를 모아 언제나 최선의 방법을 찾아낼 줄 아는 현생 인류의 본질을 회복해야 할 시간이다."(p311)

시끄러워야 풍요로움이 찾아오는 사회
그 사회를 사는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알려주는 책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였다.

이 서평은 하니포터로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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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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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총천연색 마음으로 쓰인 한여름 밤의 젤리소다 맛 괴담집


 여름 끝물, 시원함이 온 몸에 감돌기 시작할 무렵 찾아온 말랑말랑한 괴담집! 

 8가지 단편 소설이 담긴 <트로피컬 나이트>는 알록달록한 표지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첫 이야기부터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할로우 키즈>로 시작해서 가정 내 숨막히는 부담감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새해엔 쿠스쿠스>를 지나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까지. 

 <크로피컬 나이트>는 특별하게도 단 한 편도 지루한 소설이 없고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담겨 남은 이야기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지는 책이다. 


 “그래서 내가 다니기 싫다고 했었잖아”

 “네가 언제? 그런 적 없어. 학원도 네가 다니고 싶다고 떼써서 보낸 거잖아.”

 그런 적 없다. (p.122_새해엔 쿠스쿠스)


<새해엔 쿠스쿠스>

 8개 작품 모두 재미있게 읽었지만 가장 여운이 깊게 남았던 작품은 네 번째 작품인 <새해엔 쿠스쿠스>였다. 다른 작품들의 경우 현실에서 조금 일어나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요소가 들어있는 작품인데 반해, <새해엔 쿠스쿠스>의 경우에는 충분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요소들로만 이루어져 있어 다른 작품보다 더 여운이 깊게 남았던 것 같다. 

 가정 내에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하고 아이가 원하지도 않는 일들을 강제로 시켜두고는 이후에 모든 책임을 아이에게 돌리는 듯한 그런 모습이 나타난다. 물론 내 아이가 잘 살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아이와 비교하고 모든 책임을 아이에게 돌리는 행위는 납득할 수 없다. 이해는 하지만 납득은 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느리게 눈을 뜨고 응시한 자리에는, 재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p.14_할로우 키즈)


아직 뜨거운 더위 한 모금을 가진 초가을의 한자락에 느끼는

말랑하면서 서늘한 감각을 담고 있는 책.

<트로피컬 나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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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 - 귀농하고픈 아들과 말리는 농부 엄마의 사계절 서간 에세이
조금숙.선무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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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 따라 피고 지는 마음으로 쓰인 엄마와 아들 사이 마흔한 통의 편지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는 귀농 10년차 엄마와 로스쿨을 포기하고 귀농에 뛰어든 젊은 아들 간의 깊은 대화가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10년차 농부 엄마는 로스쿨을 준비하던 아들이 시골살이와 귀농의 어려움을 잘 모르고 도전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는 것보단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이다.

차분하게 어머니에게 자신의 말을 전달하는 자식과 그런 자식의 말을 거부하지 않고 깊게 들어주는 어머니의 대화(편지)는 귀농 여부를 논하는 가족 간의 대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가족 간의 소통을 하는 태도 또한 생각하게 한다.

시골살이는 리틀 포레스트가 아니라 체험 삶의 현장이지. (조금숙, 47p)

 

지금 이 순간에 척박하지 않은 곳이 어딨겠습니까. 도시도, 시골도 살아내기 퍽퍽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자 하는 곳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입니다. (선무영, 본문중에서)

 

부모님과의 진로 갈등

사실 이 문제는 자식과 부모 간에서 자주 일어난다. 더 좋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길 원하는 부모님은 자식이 최대한 고생을 덜 하는 방향을 찾고 자식에게 권한다. 그런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편은 아니다. 고생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은 그 진로를 원하는 만큼 그 분야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 장단점에 대해서도 알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힘들 것을 알면서도 자식이 그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은 자신이 진정 하고픈 일을 도전조차 하지 못했다는 후회의 순간을 맛보기가 싫어서일 것이다.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가 읽기 편했던 이유가 앞서 말했듯이 사뭇 깊은 갈등이 생길 수 있는 부모 자식간의 대화를 편지를 통해 서로 이해하려 노력한다. 끝내 아들을 향한 걱정을 완전히 떨쳐내진 못하지만 그래도 믿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어머니의 태도와 어머니를 차분하게 설득하는 아들의 태도가 이 책을 읽는데 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주고받은 편지에 담긴 깊은 염려와 사랑

공감과 이해를 통한 가족 간의 깊은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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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터 - 사라지게 해드립니다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김중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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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터 : 사라지게 해드립니다.>

당신이 사라지게 하고 싶은 물건을 이 세상에서 지워드립니다.

딜리터들이 마음만 먹으면 천지창조도 없었던 걸로 할 수 있다. 파괴는 창조보다 자연스럽고, 만드는 것보다 부수는 게 훨씬 쉽다. 그리는 것보다 지우는 일이 간단하다. (중략) 지우는 걸 최고로 잘하는 인간 중에서도 가장 잘 지우는 사람들이 바로 딜리터들이다. (-딜리터 묵시록 중에서), (p. 9)

세상에서 없애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기억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세상에서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법한 것들을 두고 우리는 생각한다. 저거 아무도 모르게 없애고 싶다고. (물론 사람의 경우에는 조금 문제가 생기겠지만.)
<딜리터 : 사라지게 해드립니다>에서는 그런 소망을 실제로 이뤄줄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사는 현재의 레이어에서 다른 레이어로 옮겨 줄 수 있는 사람. 고대 흑마술을 전수받은 이들, 딜리터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과연 여러분은 무엇을 지울 것인가

강치우는 마침표를 빼버렸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을 열어두고 싶어서. (p. 290)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가능성이란 무엇인가.
하나의 레이어 밖에서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레이어 밖에 있는 것들을 기억에서 억지로 배제하고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이 이야기는 소설 안에만 한정되어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지우고 싶은 것들을 머릿속의 다른 레이어 구석에 박아두고 철저히 외면한다. 그리고 억지로 그 기억에 마침표를 찍어내는 것이다. 그 지우고 싶은 것들이 이후 어떻게 돌아올지 생각 못 한 채로. 그래서 <딜리터 : 사라지게 해드립니다>의 주인공 강치우가 마지막 마침표를 빼버린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사는 세상이 하나의 세계가 아닌 여러 개의 레이어로 되어있다. 그리고 소수의 사람만 그 레이어를 보고, 물건 등을 옮길 수 있다면, 그 능력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자신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물건 등을 지울 수 있다는 매력적인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주인공의 고뇌는 타인에게 없는 능력(재능)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했다.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능력 혹은 재능을 가졌다 해도 이를 가진 당사자는 저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그런 물음말이다.

사라지게 하고 싶은 물건을 없애주는 사람.
당신은 딜러터에게 무엇을 의뢰할 것인가
<딜리터 : 사라지게 해드립니다.>

이 서평은 자이언트북스의 가제본 서평단으로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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