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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말을 부수는 말
고통부터 아름다움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21개의 화두
권력에 침묵당하지 않으려는 ‘말’들의 집요한 몸부림
“권력은 말할 기회가 너무나 많은 반면, 누군가는 말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p.7)
세상에는 두 개의 꼭대기가 있다. 누군가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오르려 하고 누군가는 이에 대항해 고공농성을 벌이기 위해 위로 오른다. 어느 꼭대기를 바라볼 것인가. 지그문트 바우만은 ‘경고를 들으시오’라는 글에서 반복적으로 말했다. “‘이럴 줄 몰랐다’는 변명을 범취기에 딱 좋은 때”라고. 경고는 언제나 있었다. _(p123_억울함)
최근 한국 사회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을 모아둔 책. 각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피해자의 목소리는 권력에 의해 묵살당하고, 언제나 다수를 선택한다는 사회의 법칙은 모순적이게도 소수인 권력자의 손을 들어줄 때가 많았다.
이 책은 그런 피해자의 목소리를 키워주는 확성기의 역할이다. 권력자의 압력에 굴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자들의 최후의 확성기. 고통에서 시작해 아름다움으로 마무리짓는 이 책처럼 언젠가는 당금의 현실도 아름답게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담으며.
‘시간’은 계속 나누고 쪼개는 개념을 포함한다. 하지만 시간은 결코 공평하게 나뉘지 않는다. 누군가는 시간을 점령하고 누군가는 빼앗긴다. _(p.55_시간)
<말을 부수는 말>은 사회비평서인 만큼 현대 사회가 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숨기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전 정부에서 현 정부까지, 사회에서 사회가 이어지며 ‘세대가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음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 왜 어떤 고통은 이름을 얻고, 어떤 고통은 이름을 얻지 못하는가?
- 몸이 훌륭한 상품이 된 시대에 몸을 통한 노동은 왜 경시되는가?
- 새벽배송과 총알배송, 누구의 시간으로 누가 돈을 버는가?
- 권력은 억울함을 어떻게 오역하는가?
- 망언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 누군가의 인권은 어떻게 나중이 되어왔나?
사회에서 쉽게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깊고 날카롭게 읽은 느낌이라 인상깊게 읽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정치 관련 이야기를 꺼낼수록 ‘너가 어려서 아직 뭘 모른다’라며 업신 어기는 경우가 많고, 생각없이 밖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간 내 의견이 왜곡되어 피해를 보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봐 온 탓에 현 사회를 깊숙이 보고 면밀히 통찰하는 시선에 목이 말라 있었다. 그래서인지 <말을 부수는 말>을 처음 읽었을 때 첫 장부터 말하는 적나라한 비판에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사회문제나 정치 관련 문제는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기에 이 책 한 권으로 모든 문제를 알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을 살아가는 현재의 세대’이기에 고통의 언어가 아름다움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를 해력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연구든 창작이든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일은 기억하는 작업이다.
증언은 문학이 되고 운동이 된다._(p.147_증언)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그 비명을 많은 사람이 외면하지 않고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확성기같은 책
<말을 부수는 말>이었다.
이 서평은 하니포터 4기로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