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사람들은 팔꿈치 상처를 보고 놀라며 왜 그랬냐고 묻지만 내 좋은 마음으로만 어느 한 시절을 지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 증표쯤으로 여기고 산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생길수록 살고자 하는 길의 방향이 더 선명해지고, 살아가야 할 이유 또한 명백해지니 나는 그저 그것이 고맙다.습격을 받아 전부를 잃어버려 덮어도 덮어지지 않는 마음이 있기는해도 이제는 괜찮다. 더 큰 파도를 기다린다. 더 큰 파도가 나를 덮쳐도 기꺼이 맞이하겠다. 세상 끝까지 휩쓸려가서 찬란히 쓰러져주겠다.
단 한 자도 빼놓지 않고 다 좋았던 소설
끝에 가서는, 변호사가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 동안에 거리로부터, 다른 방들과 법정들의 모든 공간을 거쳐서, 아이스크림 장수의 나팔 소리가 나의 귀에까지 울려온 것만이 기억에 남아있을 따름이다. 나는 이미 나의 것이 아닌 삶, 그러나 거기서 내가 지극히 빈약하게나마 가장 끈질긴 기쁨을 맛보았던 삶에의 추억에 휩싸였다. 여름철의 냄새, 내가 좋아하던 거리, 어떤 저녁하늘, 마리의 웃음과 옷차림.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