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의 취약성 - 왜 백인은 인종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그토록 어려워하는가
로빈 디앤젤로 지음, 이재만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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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백인성은 생리학적 구조나 유전자나 염색체에 새겨진 생물학적으로 유전되는 특성이 아니다. 그러나 사회, 권리, 재화, 자원, 특권의 토대를 이루어왔다는 점에서 백인성은 현실이다.

p15 미국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이념에 기초해 건국되었다. 그러나 이 나라는 처음부터 아메리카 토착민을 학살하고 그들의 땅을 강탈하려 했다. 미국의 부는 납치해 노예로 만든 아프리카인과 그들 후손의 노동으로 쌓아올린 것이었다. 여성은 1920년까지 투표권을 갖지 못했고, 흑인 여성으느 1965년가지 그 권리를 얻지 못했다.

p24 북미의 백인은 인종 분리와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 그에 따른 혜택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 결과 우리는 인종 스트레스로부터 차단되는 동시에 우리에게 이점을 누릴 권리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p29 나는 백인 진보주의자들이 유색인에게 일상적 피해를 가장 많이 입힌다고 믿는다. 나는 백인 진보주의자를 자신은 인종주의적이지 않다고, 또는 덜 인종주의적이라고, 또는 '전향자'라고, 또는 이미 '다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모든 백인으로 규정한다. 백인 진보주의자가 유색인을 가장 힘들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스스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우리가 알고 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 데 에너지를쓸 것이기 때문이다.

p34 개인주의는 우리가 심지어 우리의 사회 집단 내에서조차 저마다 독특하고 다르다고본다. 객관성은 우리가 모든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두 가지 이데올로기 때문에 백인은 자신들의 집단적 경험을 탐구하는 데 유독 어려움을 겪는다.

p51 (...) 미국의 지배 계급은 노동을 착취하기 위한 방편으로 결국 가난한 백인 노동 계급에 완전한 백인 지위를 부여했다. 가난한 백인이 자신들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을 갖게 되면 더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 덜 집중할 터였기 때문이다. 인종 간 경계를 넘어 단결했다면, 노동계급 빈민층은 강력한 세력을 형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인종 간 분열 탓에 그들의 노동으로 이익을 얻는 지배계급에 맞서 결속하지 못했다.

p141 인종주의를 개별적 개인적 의도적 악의적 행위로 축소하는 지배적 패러다임은 백인이 자신을 행위를 인종주의로 인정할 가능성을 낮춘다.


이 책은 미국 사회에 뿌리깊게 내려오고 있는 인종주의와 백인들이 누리는 우위와 그들이 추구하는 균형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있게 써내려간 글이다. 처음에는 내가 미국에 대해, 백인에 대해 알아서 뭐하나 싶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만연한 인종주의는 그 정도가 오히려 백인들의 것보다 더 심하고 뿌리 깊은 혐오로 표출 될 때가 많다. 그렇기에 여기에 지칭하는 '우리'에 나 스스로를 넣어서 읽다 보니 확실히 더 공감하고 더 배울 수 있었다. 기존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오픈 마인드의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백인들이 오히려 더 유색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백인 작가의 통찰에 놀라웠고 그 관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얽혀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묘하게 선을 긋고, 인종 문제에 대해 오히려 눈을 감는 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유지하고 일종의 인종적 편안함을 유지하려는 교활한 방식이라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특히 인종주의를 개별적이고 악의적인 일부 사람들의 인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백인들에게 인종주의에 대해 고찰해보고 의견을 나눌 기회를 뺏는 것이고 백인들 스스로 인종주의라고 인정하지 못하게 한다는 부분에게 큰 공감을 했다. 주변 백인들에게 인종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왜냐하면 본인들은 절대로 결코 맹세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며, 단 한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 사는 백인들과 대화하면서 나왔던 레파토리가 이 책에 그대로 나와있어서 무척 재밌었다.
'내가 인종 차별 하는 사람이면 한국인 와이프를 만났겠어?', '어렸을 때부터 난 날 흑인들하고 친구였거든'
백인의 취약성은 백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하지만 '82년생 김지영'은 정작 읽어야하는 남성들이 아닌 여성들이 대부분 읽었고, 오은영 선생님의 책은 오히려 육아를 잘 하는 사람들이 더 읽는다. 이 '백인의 취약성'은 꼭 읽어야 할 백인들이 읽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색인들의 손에 더 많이 들려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것이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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