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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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그 책을 이해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한다. 이 책을 통해 풍요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며 걱정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만큼 나는 정말로 풍요로워졌지만 정작 지구는 처참하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작가가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 속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동시에 먹먹해지기까지 하는 수치라는 데이터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과학자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작가라는 입장에서 내용을 이끌어가는 필력에 사로잡혀 수월하게 읽힌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뉘고 다시 각 부는 다시 4~6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다. 각 챕터는 또 그 나름의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어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게 되면서도 한 호흡씩 끊어 읽기 편하다.


생명-식량-에너지-지구
우리로 시작해서 우리로 끝난다.

기억하고픈 몇몇 내용을 소개해볼까 한다.


굶주림은 지구의 부족한 공급 능력 때문이 아니라, 

생산한 것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우리의 실패

적도 이남의 아프리카를 비롯해서 이 지구상에는 여전히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알지만 몰랐다. 내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그 와중에도 그 조차도 먹지못하고 고통받으며 굶어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풍요를 누리는 와중에, 21세기에도 여전히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 그들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굶주리고 있다. 이를 익히 들어 알지만 그게 나때문이라는 자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들과 함께 지구를 살아가고 있으면서 나만 이렇게 누리고 있다는 것에 죄책감은 커녕 아무런 자각이 없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부분이었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기

식량의 문제 뿐 아니라 에너지 역시 내가 풍요롭게 누리는 한편, 다른곳에서는 결핍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풍요로운 에너지를 누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본 적은 있지만 내가 스스로 덜 소비하고자 했던 적은 없지 않았나. 막연히 아껴쓰자는 생각은 했지만, 더운 여름 에어컨을 켜, 암막커튼을 친 채 환히 불을 밝히는 우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어디서 더 많이 소비할까 대신 어떻게 덜 소비할지 고민해야할 때

경제적 성장은 우리를 풍요로운 삶으로 이끌었다. 21세기에 유일하게 선진국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빈곤에서 풍요로 거듭난 나라이다. 어린시절에는 한달에 한두번 외식하는 것이 대단한 이벤트였다면, 요즘은 하루에 두번 외식하기도 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배달을 시키면서 내 몸은 편해졌지만 그만큼 에너지는 과하게 사용되었다. 오랜기간 육류를 즐긴 사람이라 고기 소비는 늘 과했고, 탄수화물도 즐겼고, 그 덕에 다시 돈을 들여 다이어트를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한때는 멀쩡한 물건도 여러번 쓰면 궁상맞아보인다며 그냥 갖다 버렸던 때가 있었으니, 지난날의 나는 과소비러 그 자체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황폐해졌다

책 제목을 떠올리면 자꾸만 저렇게 생각이 났다. 내가 누린 풍요의 대가를 지구가 고스란히 안고 있다. 고3때 지구과학시간에 한번은 공포감을 느꼈다. 지구가 정말 망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지구를 걱정했지만 정작 그 후로 나는 마치 지구의 마지막을 누리고자 불태워보자는 식으로 살았다. 창피하기 그지없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 호프 자런이 말미에 이야기하는 희망, 판도라의 상자 속 가장 마지막에 고개를 내민 그 희망을 내 삶속에서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기로 각오해본다.


https://blog.naver.com/peacheru/223227938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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