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이유 - 자연과의 우정, 희망 그리고 깨달음의 여정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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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지만, 정확히 그녀가 어떤 활동을 어떻게 해 왔는지,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는 아는 바가 없었다. 그저 동물과 환경에 관해 많이 연구하고 직접 실천하는 활동가라는 느낌적인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


여러 책들 중에서 희망의 이유를 고르는 데 한 표를 던졌던 이유도, 그저 막연히 환경운동가 정도로만 알고 있는 제인 구달이란 사람이 쓴 책은 과연 어떤 내용일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이 책으로 선정되고 나서 바로 검색해보니 이 책이 출간 20주년을 기념하여 재출간된 책이라는 것. 보통 재출간되는 책은 아주 좋은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책을 읽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려서, 서평이 매우 늦어진 점(첫번째 책 서평 이후 거의 두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으니)이 아쉽다. 책이 두꺼운 것도 사실이나, 자서전이라는 점이 내게는 쉽게 읽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한 푼의 돈도 귀했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사 먹기나 기차 여행, 영화 관람 같은 

작은 여유 모두가 소중했고 추억할 만한 큰 기쁨이 되었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전쟁에 대한 평범한 시민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내용이 한창 이어진다. 그때 저런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저자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어린 시절과 가족을 가질 수 있도록 축복받는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다른 곳이 되겠는가!'라고 한다.

이런 가난이 축복일 수 있구나, 하는 감상을 얻은 포인트.

물질적 풍요를 가치로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것을 축복이라 일컫는 저자에게 새삼스레 공감하며, 우리가 가치관을 정립해가는 과정에서 사실 물질적 풍요는 그닥 이롭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생각은 동의를 얻는 것만 같았다.

오직 인간들만이 자기가 가하는 고통을 알면서도 
혹은 심지어 알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생물에게 의도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준다.
인간이 갖는 폭력성에 대해서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한 순간 차오르는 분노는 무언가를 집어 던지거나 주먹을 쾅 하고 내리치고 욕을 지껄이며 풀어내는데 이런 것은 분명 폭력의 범주에 있으니, 누구에게나 폭력성은 크거나 작게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폭력성을 어떤 살아있는 생물에게 풀어낸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나를 화나게 만든 사람을 때리는 것과, 내가 화가 났으니 개나 고양이를 때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더 강한 힘을 가진 자가 약자에게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잔인한 폭력이다. 적어도 나는 이러한 폭력은 자행되어서는 안된다고 배웠으며, 또 그런 폭력을 목도하기조차 싫다. 학창시절 들어보았던 '마루타(731부대)'라든지, 교실에서 봤던 '5.18 민주항쟁' 다큐멘터리나 '6.25 전쟁'의 이야기나, '제주 4.3 사건'등은, 처음 접했던 그 때의 충격이 지금까지도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또 영상을 보면 여전히 목이 메어오는 등, 끔찍하게 희생된 자들에 대해 애통한 슬픔이 느껴진다. 그런데 어째서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끔찍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일까.

다른 살아 있는 존재들에게도 우리의 감정과 유사한, 
그렇게 많이 다르지는 않은 감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할 수 있어도 우리는 그 존재들을 단순히 
인간들을 위한 '물건들' 또는 '도구들'로 취급하는 윤리를 
의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채식과 육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동물들에 대한 어떤 말못할 감정이 드는데, 그게 바로 이 문장이 아닐까 싶다. 우리집에서 나와 10여년을 살고 있는 고양이들은 분명 나와 유사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끔 집에서 소리를 지르다시피 언성을 높여가며 싸우면 '푸푸'는 나에게 와서 몇번이나 야옹거리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이불속에 숨는다. 내 감정이 풀어지면 그땐 '모찌'가 다가와서 비벼대며 그르릉 거리는데, 고양이들도 분명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고양이들 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분명 그렇게 종을 초월하는 어떤 교감이 가능할텐데, 단지 교감이 없었기 때문에 '물건'이나 '도구'로 취급할 수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고문을 행했던 과거의 '그들'의 정신에 동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네 가지이다.
인간의 두뇌, 자연의 회복력,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또는 타오르게 할 수 있는 에너지와 열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굴의 인간 정신이다.

제인 구달이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쓴 영적인 자신의 경험이나, 침팬지 연구에 대한 이야기나, 오늘날 우리가 반드시 우리의 삶을 고쳐나가지 않으면 결국 다 죽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이 책의 전부가 아니라, '희망의 이유'가 이 책의 제목이고 결국 저자가 하고픈 이야기라는 것을 '드디어'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과연 무엇이 희망인가, 영적으로 holy해져야 하는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어가며 책을 읽었는데 친절하게 그 희망의 이유를 알려주고 있다.

결국 지구를 망치면서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실현해낸 인간이야말로, 이 '큰 배'(저자는 우리가 큰 배에 탄 것과 같다고 했다.)를 좌초시키지 않고 무사히 항해를 이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내 삶이 희망이 되길

제인 구달이 자신의 삶을 바쳐 희망을 전하고 계속해서 환경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서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나도 내 자리에서 미약하게나마 희망을 전해받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 역시 이 희망을 전하며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폭력으로부터 동물들을 지키는 데에 힘을 보태야겠다는 각오로 글을 마무리힌다.


https://blog.naver.com/peacheru/22327927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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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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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그 책을 이해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한다. 이 책을 통해 풍요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며 걱정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만큼 나는 정말로 풍요로워졌지만 정작 지구는 처참하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작가가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 속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동시에 먹먹해지기까지 하는 수치라는 데이터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과학자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작가라는 입장에서 내용을 이끌어가는 필력에 사로잡혀 수월하게 읽힌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뉘고 다시 각 부는 다시 4~6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다. 각 챕터는 또 그 나름의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어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게 되면서도 한 호흡씩 끊어 읽기 편하다.


생명-식량-에너지-지구
우리로 시작해서 우리로 끝난다.

기억하고픈 몇몇 내용을 소개해볼까 한다.


굶주림은 지구의 부족한 공급 능력 때문이 아니라, 

생산한 것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우리의 실패

적도 이남의 아프리카를 비롯해서 이 지구상에는 여전히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알지만 몰랐다. 내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그 와중에도 그 조차도 먹지못하고 고통받으며 굶어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풍요를 누리는 와중에, 21세기에도 여전히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 그들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굶주리고 있다. 이를 익히 들어 알지만 그게 나때문이라는 자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들과 함께 지구를 살아가고 있으면서 나만 이렇게 누리고 있다는 것에 죄책감은 커녕 아무런 자각이 없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부분이었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기

식량의 문제 뿐 아니라 에너지 역시 내가 풍요롭게 누리는 한편, 다른곳에서는 결핍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풍요로운 에너지를 누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본 적은 있지만 내가 스스로 덜 소비하고자 했던 적은 없지 않았나. 막연히 아껴쓰자는 생각은 했지만, 더운 여름 에어컨을 켜, 암막커튼을 친 채 환히 불을 밝히는 우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어디서 더 많이 소비할까 대신 어떻게 덜 소비할지 고민해야할 때

경제적 성장은 우리를 풍요로운 삶으로 이끌었다. 21세기에 유일하게 선진국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빈곤에서 풍요로 거듭난 나라이다. 어린시절에는 한달에 한두번 외식하는 것이 대단한 이벤트였다면, 요즘은 하루에 두번 외식하기도 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배달을 시키면서 내 몸은 편해졌지만 그만큼 에너지는 과하게 사용되었다. 오랜기간 육류를 즐긴 사람이라 고기 소비는 늘 과했고, 탄수화물도 즐겼고, 그 덕에 다시 돈을 들여 다이어트를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한때는 멀쩡한 물건도 여러번 쓰면 궁상맞아보인다며 그냥 갖다 버렸던 때가 있었으니, 지난날의 나는 과소비러 그 자체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황폐해졌다

책 제목을 떠올리면 자꾸만 저렇게 생각이 났다. 내가 누린 풍요의 대가를 지구가 고스란히 안고 있다. 고3때 지구과학시간에 한번은 공포감을 느꼈다. 지구가 정말 망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지구를 걱정했지만 정작 그 후로 나는 마치 지구의 마지막을 누리고자 불태워보자는 식으로 살았다. 창피하기 그지없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 호프 자런이 말미에 이야기하는 희망, 판도라의 상자 속 가장 마지막에 고개를 내민 그 희망을 내 삶속에서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기로 각오해본다.


https://blog.naver.com/peacheru/223227938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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