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정약용의 인생강의 - 다산은 아들을 이렇게 가르쳤다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은 예전에도 있었다. <유배지에서 온 편지>라는 책이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인생 책으로 꼽았던 책이라 주저없이 사서 한 숨에 다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에 대한 책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정민 교슈가 쓴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다산의 전방위적인 지식 경영에 대한 책으로 누군가가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을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책이다. 다독가, 애독가였던 다산 선생의 지식경영에 너무나 홀려 버린 나는 다산 선생을 닮고 싶어서 닉네임을 "지식경영자"라고 했을 정도다. 이제 나도 나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싶어 나의 모토이자 브랜드를 "지식경영자"라고 명명하였다. 남들은 비웃을 지라도 과감히 네이밍을 한 것은 감히 근처에라도 다다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낸 것이다. <아버지 정약용의 인생강의>는 정약용을 흠모하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책이었다.

<유배지에서 온 편지>보다는 좀 더 읽기 편한 구어체와 말투로 그리고 해설도 좀 더 편하고 쉽게 읽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자신이 관직에서 쫓겨나 폐족이 된 가문의 자식들이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에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식을 편집하고 깊이 있게 성찰할 것을 강조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독서를 강조하는 것은 진리인 듯 싶다. 그 자신 또한 유배지에서 엄청난 양의 독서와 작품을 남겼듯이 자식들이 공부에 소홀히 할까 늘 걱정하고, 폐족이 된 가문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공부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근과 검. 바로 근검 정신에 둔 경제 관념도 정약용이 강조한 점이다. 근이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것이고, 검이란 말그대로 검소하라는 것이다. 의복은 몸을 가리기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고 음식은 목숨을 보전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본연의 것 외에는욕심을 멀리하라고 가르친다. 지나친 소비를 불필효한 것으로 본 정약용 선생이 오늘의 우리들을 보면 뭐라고 하실까. 옷이 없어서 사는 게 아니라 입을 옷이 많아도, 꼭 필요하지도 않은 옷을 단지 예쁘고 유행이라고 사 들이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세상의 의복, 음식, 재물은 모두 허상이자 헛된 것이다. 옷은 입다 보면 해어지게 마련이고 음식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재물은 자손에게 물려주면 결국 탕진되어 흩어지고 만다. (중략)

재화를 비밀스럽게 저장해 두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그러면 도둑에게 빼앗길 염려도 없고, 화재로 인해 소실될 걱정도 없으며, 소나 말이 운반하는 고생을 치를 것도 없다. 게다가 자기가 죽은 후에도 꽃다운 명성을 가져갈 수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이익이 어디 있겠느냐. 재물은 꽉 쥐려고 할수록 손에서 더 미끄럽게 빠져나간다. 재물이란 점어(메기)와 같은 것이다. -78P

남에게 베풀었던 것만이 죽은 뒤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은 참으로 멋지고 훌륭한 것 같다.

둘째 아들이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을 걱정한 편지에서도 그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정조 임금이 술로 인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한 사건에 대해 "사람이 죽인 게 아니라 술이 죽인 것"이라며 고의성이 없다는 명목 하에 죄인을 석방해 준 일이 있었다. 하지만 다산 정약용은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는 오히려 더 큰 죄라고 보고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술로 인해 절제를 잃을 것을 알면서도 술을 마셔서 과오를 저지른 것이기에 절제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오늘날에도 가끔 음주를 핑계로 죄의 형량을 낮추려 하는 모습들을 접하는 데, 음주가 면죄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중하게 처벌을 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다산의 생각에 깊이 동감한다.

천주교와 서학을 받아들였다는 명목으로 정치적인 탄압을 받았던 정약용, 자식들의 죽음과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정신적인 강인함과 유연한 사고방식,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았던 정약용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훈을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우리에게도 전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