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지음 / 새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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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한테 월급도 주고 

4대 보험도 들어준다고요?"


배지영 작가는 지구 역사상 처음 생겼다는, 서점의 상주작가가 됐다. 

이 책은 한길문고라는 동네서점에 근무하면서 그곳을 오고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

서점에 상주하는 작가에게는 안정적인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고, 작은 서점에는 대관료와 작가 강연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라니.

작가에게도 동네서점에도 이상적인 프로그램 아니었을까.


 

서울도 아닌 군산의 동네 서점에 상주 작가가 된 그녀는 강연회와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진행한다. 주 5일 출근하며 서점 일을 함께 하기도 하고, 서점이라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저마다 책에 대한 애정부터 쓰고 싶던 꿈에 대한 열망까지.

군산의 동네서점엔 상주작가가 일을 하고, 그녀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한길문고는 상점인가, 상점 이상의 그 무엇인가?"

주차해놓은 자동차가 둥둥 떠다닐 만큼 폭우가 쏟아졌던 2012년 8월 13일 이후, 군산시민들이 제각각 던진 질문이었다.

10만 권의 책과 함께 완전히 물에 잠겨버린 한길문고를, 내 친구나 내 이웃에게 닥친 일처럼 여겼다. 자기가 사는 아파트도 수도가 끊기고 전기가 안들어오는데, 한길문고로 달려간 사람들도 있었다.

-p.15



데모 나갈 때 책가방을 맡아준 서점, 한없이 책을 읽고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던 서점, 용돈을 모아서 처음으로 사고 싶었던 책을 산 서점, 한길 문고 덕분에 사람들은 저마다 서점에 대한 추억을 가졌다. 

한길문고는 그런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지켜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곳곳엔 다시 동네서점이 생겨났다.

저마다 색깔이 다른 다양한 서점이 생기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면서 다시 문을 닫는 서점들이 생기고 있다.

모임을 하고 행사를 주관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도 쉽지 않다.

서점은 책을 사는 곳이다. 그것이 곧 기본이다. 

동네서점에 들어 가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가버린다.

책이야 뭐, 온라인 서점으로 주문하면 되니까.

현 시점에서 서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잊지 말자. 서점은 책을 판매 하는 곳이다.


 동네마다 시간과 추억이 쌓이는 '환상적인 동네서점'이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


 

지금은 종이책을 안 읽어도 아쉬울 게 없는 시대다. 책 말고도 재밌는게 너무너무 많은 시대, 온라인 서점과 대형 쇼핑몰 안에 들어선 프랜차이즈 서점이 동네서점을 재빠르게 제압한 시대. 서점이 없는 동네도 많다. 그러나 군산에는 32년째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특별한 서점 한길문고가 있다.


p.80



2014년부터 현행과 같은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풀판의 세계는 다양해졌다. 몇 권이나 팔릴지 가늠할 수 없는 무명작가도 출판사와 계약했다. 책마다 있는 고유한 매력을 알아봐주는 동네서점이 늘어났고, 작은 출판사도 대형 출판사 옆에서 버틸 수 있게 됐다.


사람들에게 책이라는 상품 말고도 색다른 무언가를 주는 한길문고는 어려운 고비를 여러 번 넘어왔다. 그때마다 유연하게 설 수 있도록 붙잡아준 버팀목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도서정가제다. 확실하다.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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