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저녁의 평화가 왔다.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회색 지붕들은 석양의 안개 속에서 천천히 사라져 갔다. 단지 산들의 가장 높은 봉우리들만 아직도 푸른 하늘 안으로 밝은 빛을 비춰 주고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자주 슬픈 기분이 되곤 했다. 그건 아마도 또 하루가 지나갔고, 그래서 이제 우리는 다시 그 탐색할 수 없는 밤에 둘러싸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너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자주 겁을 먹기도 했지. 하지만, 넌 네 갈길을 한 번도 빗나가지 않았어. 나는 너를 깊이 신뢰한다. 부디 용기를 내렴! 너는 어렵잖게 국경을 넘어갈 게다. 그리고, 마침내 너는 유럽으로도 가게 될 것이다. 이 어미 걱정은 하지 말아라! 난 네가 다시 여기 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세월은 정말 아주 빨리 지나간단다. 그러나 우리가 다시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넌 내 인생에서 내게 많은, 대단히 많은 기쁨을 선사해 주었다. 자, 내 아들, 이제 혼자 계속 가거라! - P185

어머니는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까? 주무시고 계실까, 혹은 깨어 계실까? 텅 빈 정원에 홀로 앉아 계실까, 외로운 감정을 가슴에 품으시고? 아들을 그리워하고 계실까? 그녀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세계로 멀리 가 버렸기 때문에 그녀 자신은 이젠 더는 보호해 줄 수 없는 그 겁 많고 유약한 아들을 그리워하고 계실까? - P224

그리고 곧 눈이 왔다. 어느 날 아침 깨어나면서 나는 그 흰눈송이들이 성벽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친숙한 백설을 바라보며 행복감을 느꼈다. 그것은 그렇게도 자주 내 고향 도시 위로 그리고 송림 포구 위로 회오리치며 내리던 바로 그 눈이었다. 바로 그날 아침에 나는 먼 고향으로부터 첫 소식을 받았다. 첫째 누님이 내게 쓴 편지였는데, 우리 어머니께서 지난 가을에 단지 며칠만 신고하신 끝에 이 세상을 하직하셨다는 사연이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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