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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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페이지를 잡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까지 웃음과 긴장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리뷰를 쓰기까지도 조금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하면 이 책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아마도 작가의 나이가 나와 비슷해서 그랬던 것 같다. 각 동네에 얽히는 이야기들이나 역사적인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내가 겪은 사건들과 어느 정도는 겹쳐들었다. 사실 요즘 세상에 크고 작은 정도의 문제이지 한번쯤 빚독촉에 시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카드빚 독촉전화만 받아도 식은땀이 솟고 무기력해진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그저 막연히 이 책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예감이 적중했던 셈이다. 

 

 
이 책 청춘파산을 읽다보면 역시 사람이란 타고난 기질이란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절망하고, 자살하고, 또는 가학적으로 누군가를 괴롭힌다면 누군가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보고, 현재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난관을 헤쳐 나가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느 쪽일까? 극한 상황에 처해본적은 없기에 잘 모르겠다. 

 

 
청춘 파산, 제목만 보고 우울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때때로 웃음이 터지게 하며 화자의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그러니까 뭐 그런 것이다. 우울한 현실을 우울하게 묘사했다면 그건 하수지만 작가는 우울할 수도 있는 현실을 결코 우울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작가의 눈이 세상의 어두운 부분보다는 밝은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리라. 아니면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 눈을 가져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의 사업 부도로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내몰린 인주, 여기저기 거머리처럼 따라붙는 사채업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나름의 위장술을 구사하는 강인한 여자, 인주. 경쾌하고 유쾌한 대화속에서 인주는 과거 자신의 아르바이트 경험들을 떠올린다. 인주는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 각각의 일터에서 만난 아등바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서민들의 이야기를 그녀는 생생하게 유머를 곁들여 들려준다. 모두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다. 꼭 어디선가 정말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심사평에 나온 말처럼, 그야말로 ‘폭죽’처럼 펑펑 등장한다. 마치 소설속 인물들이 바로 내 눈앞에서 살아움직이는 느낌이랄까. 더 나아가 그들을 내가 언젠가 일터에서, 길에서 만나본 적이 있는 기분마저 든다. 

 

 
나는 그동안 ‘에너지’를 얻기 위해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어왔다. 하지만 소설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해봤던 것 같다. 이 소설은 한 사람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진정성이 엿보이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자기개발서보다 더 크게 내 마음을 움직였고 오래도록 힘을 내도록 도와줄 것이라 확신한다. 

 

 


 

 

 

 

내 인생은 알바와 함께 흘러왔다. 사람들은 성년의 날이 되거나 성경험을 하면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상품 옆에 서서 손님에게 상품을 권하는 당신은 부모에게 받은 용돈으로 그 물건을 사는 사람보다 한발짝 앞서있다. - P21

지금 너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언젠가는 시간에 묻혀 사라질 거야. - P79

‘20대가 가장 시간이 안 가는거야.’ 인주는 기사아저씨가 한 말을 떠올린다. 지나고 나니 청룡열차를 탄 듯이 순식간이지만 당시에는 하품을 수도 없이 하고 하릴없이 낙서도 많이 했다. 가장 시간이 안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길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길 위에 내려 놓아주긴 했지만 아무도 지도를 던져주진 않았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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