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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 Bleak Nigh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남자 아이들 사이의 대화는 참 투박하다. 한 줄을 넘기지 않는 문장이 대부분이고 욕이 섞이지 않으면 자연스럽지않다. 여기서 쓰이는 욕들은 일종의 여음구다. 자신의 그 짧은 말을 툭 내던지면서 그것을 마무리하는 감탄사 정도로 쓴다. 그러니 정작 긴 대화를 나눠야할 어떤 사정이 생겼을 때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속마음을 긴 호흡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해본 적이 없으니 제 마음을 풀어서 전하지 못하고 공연히 욕을 지르고 그래도 마음이 풀리지 않으면 결국 주먹을 쓴다.
여기 파수꾼의 주인공 기태, 동윤, 희준이도 그렇다.
영화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여태껏 우리 영화에서 남자아이들 사이의 일상적인 대화를 이렇게 사실에 가깝고 익숙하게 묘사하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내내 이 세 아이의 우정이 어떻게 뒤틀리는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제대로 된 말대신 폭력적인 방법으로 우정을 유지하려 할 때 그 관계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 더욱이 애초에 대화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자존심을 부릴 때 말은 독을 품는다.
일상에서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적잖다.'아'했는데 '어'로 알아들으면 우선은 상대방을 탓한다. 그러다 오해를 불렀을지도 모를 나의 말을 되돌아본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말이 엇나는 경우는 마음이 엇나가 있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말이 통하지 않은 것은 결국 마음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위해서는 마음씀을 훈련하고 마음이 곧 말이 되도록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