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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어느 누구라도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면, "그래, 아주 몹시"라고 답하고 싶을 때 쯤 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작가 김선우가 인도의 영적 공동체 오로빌에서 지낸 한 때에 대한 기록이다.
다른 여행 에세이류와 달리 오로빌이라는 오직 한곳에서 제법 긴시간을 지내면서 느끼고 생각한 바를 정리한 터라 깊이감이 남다르다. 낯선 곳에서 단 며칠 묵고 떠나며 생긴 에피소드들을 써내려가는 보통의 여행 에세이는 가볍게 읽기에는 좋지만 여행을 당장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낯선 여행지가 주는 흥분을 대리 만족하게 하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는다.
오로빌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들어본 곳이었다. 단지 책 제목만 보고 읽기 시작했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인도에 영적인 공동체, 그것도 생태 공동체가 존재하리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수긍이 갔다. 문제는 실제로 이들의 삶이 내건 모토와 얼마만큼 닿아 있느냐는 것인데 그 안에 들어가 보지 않고는 쉽사리 이야기하기 어렵고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과 잠깐 체험해보는 사람들 사이에 시각 차이가 있을 듯 했다.
책을 다 읽고 오로빌에 가고 싶어졌다. 한국에서는 인도의 챈나이 공항으로 들어가면 가장 빨리 닿을 수 있다는 것, 성수기는 1월과 2월이라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장기간 체류하기가 어렵다는 정보들을 알아냈다. 그런데, 그 속살을 들여다보고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보고 싶은 마음을 보류했다. 언젠가 그런 이야기들도 마음에 걸리지 않는 날이 오면 한번 쯤 가보고 싶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여행하고 싶은 곳의 목록이 더 늘어나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책속에서 가장 마음에 든 작가의 말처럼 "삶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