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 도미노 총서 5
에티엔 클렝 지음,박혜영 옮김 / 영림카디널 / 1997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물리학자인 에티엔느 클렝이 지은 수필이지만, 수필보다는 전문지식에 근거한 저서에 가깝다. 이 책은 '도미노 총서'로 '이해를 위한 설명'과 '깊은 생각을 위한 에세이'로 나뉘어져 있지만 두 부분은 완전히 다른 내용이 아니며, 시간의 본질에 관해 탐구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물리학적 관점에서 시간을 관찰하고 탐구한다. 때문에 책에는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이론이 등장하며, 그와 대립했던 철학자들의 의견까지 등장한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학문적 시간인 '크로노스'와 경험적 시간인 '템푸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학문적 시간인 '크로노스'는 가역적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근간으로 한 뉴턴의 관점을 소개하고, 비가역적이긴 하지만 미시적 관점에 포함되므로 결국은 가역적인, 거시적 관점에 대해 연구한 볼츠만의 의견을 제시한다. 이것은 결국 시간이 순환할뿐 아니라 거꾸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의견이므로 우리가 알고있는 일반적인 시간의 개념과는 대립된다. 때문에 저자는 다시 아인슈타인의 상대론 속에서 시간을 생각한다. 입자물리학과 양자물리학이 등장하고, 이런 이론들 사이에서 시간의 정의를 다시 세운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이론만으로는 정확한 시간의 정의를 세울 수 없다. 저자는 다시 아리스토텔레스와 아우구스티누스, 칸트와 베르그송같은 철학자들의 의견을 소개한다. 이 중 일부는 물리학을 찬성하고, 일부는 물리학을 반박하지만 어쨌든 이런 철학자들의 개입도 시간을 정의하는데는 별반 도움을 주지 않는다. 저자는 결국 '최선의 길은 모든 사람들이 시간에 대해 하는 말을 똑같이 주의 깊게 듣고, 그 다음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이 아닐까? 결국 시간이 배라면, 우리는 모두 같은 배에 타고 있는 것일 테니까.'라는 말로 시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접는다.

그 뒤에는 시간에 대해 탐구한 인간의 고뇌에 대해 말하고 '인간이 그렇게도 열심히 초시간에 도전하는 것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덧없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닐까?'라고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시간에 대해서 논한 물리학자들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그의 근간이 되는, 혹은 대립되는 철학자의 의견을 말한다. 설명이 약간 부족하긴 하지만, 저자는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이론을 끄집어내며, 수없이 등장하는 이런 이론들은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저자는 시간에 대해 딱 잘라 말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이론들을 제시만 해주고, 독자들에게 사색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왜 이런 사색을 하는가에 대한 것까지 생각하게 한다. 일상에 대한 것을 별다른 생각없이 흘려보내버리는 독자라면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지만 참을성있게 책을 읽다보면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어느 정도의 전문지식이 있어야 쉽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이 물리학적으로 시간을 정의하지는 않지만,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수많은 물리학적, 화학적 지식이 등장하며 이런 지식은 간단하게 이름만 언급되어 독자가 다 알 것이란 전제 하에 설명된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대학 초년생 수준의 과학적 지식은 필수이며, 철학적인 상식이 있다면 더욱 흥미로운 내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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