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안전가옥 앤솔로지 1
김유리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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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앤솔로지 공모전에 당선된 5분의 작가의 단편을 담고있는 <냉면>.

안전가옥의 냉면을 읽고있자니 로맨스, 성장물, 공포 등 5가지의 다른 냉면을 맛 본 기분이 들었다.

단편소설은 작가들이 주는 기발함과 신선함이 남다른데 5가지의 단편 중, 단연 김유리 작가의 A, B, C, A, A, A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 다음으로는 전건우 작가의 목련면옥이 두번째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모든 단편에 눈길이 갔으면 좋았으련만 싶지만 조금 생소하거나, 눈길이 가지않아 이 두편에 비해 읽는 속도가 맞이 늦춰졌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어쩜 이렇게 다섯 가지의 냉면 이야기가 이렇게나 주제도 다르고, 이렇게나 써내려가는 능력도 다른지.

다시한번 글을 쓰는 이들은 나와 정말 다르구나하는 것을 새삼 또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안전가옥의 다음 공모전 당선작은 어떤 것이 될지와, 어떤 단편소설책이 또 나오게 될지 기다렸다가 꼭 읽어봐야겠다는 다짐까지하게하였다.


나는 <옥탕방 고양이>를 너무 재밌고 신선하고 본 무수한 사람 중 하나이다.

그런 작품의 저자가 책 <냉면>의 단편 <A, B, C, A, A, A>로 찾아오니 나는 괜시리 반가움이 컸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아는 작가가 이 작가 뿐이라 그랬을수도있다.

작품 <A, B, C, A, A, A>는 이전의 <옥탑방 고양이>를 연상하듯 다른 남녀가 로맨스를 이루는 과정 속, 냉면이 잘 녹아있다.

유쾌한 그녀의 글솜씨 때문인지 책을 읽는 내내 내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지고, 가끔은 실소도 터져나왔다.

김유리 작가는 실제가 더 유쾌할까. 글이 더 유쾌할까하는 생각마저 들게하는 작품이었다.

뚱뚱하고 매력적이지 못한 여자는 매력적인 연하남을 사귀게 되는 단순한 구성일 수 있으나, 그녀가 그를 만나게 된 계기와 그를 만나면서 달라지는 환경 등이 참으로 속도감있게 진행되어 이거 그냥 뭐 이제 또 드라마도 나오겠는데?하는 단순한 상상도했다.

그만큼 나는 참 재미있고, 빨리 읽히는 그녀의 글재주에 부럽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책 마지막 그녀의 짤막한 글을 읽고는 어이없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옥탑방 고양이>는 흥행이 아닌 대흥행을 거뒀다. 덕분에 출연진은 스타가 되었고 당연히 작가도 살림살이가 나아졌을 줄 알았다.

그런데 출판사의 인세가로치기로 인하여 그녀는 드라마의 성공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고 있었다고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여전히 글을 놓지 않았고, 글을 쓰는 것이 재밌었으며, 글로 정당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했다.

그렇게 크게 성공했는데 금전적인 보상이 없더라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 여전히 그녀의 글이 위력이 있다는 것에 참으로 반가웠다.

<냉면> 덕분에 그녀의 글을 다시 한번 더 볼 수 있었는데 앞으로도 그녀의 글을 즐겁고,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보아야겠다!



<목련면옥>은 첫문장을 읽을 때부터 흡입력있겠다. 재미 없을 수 없겠다하는 마음이 바로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역시나였다. 냉면맛집인 목련면옥에 한 남성이 일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목련면옥을 담은 단편이다.

처음에는 맛집이야기인가 싶어, 공포나 호러물 스러운 주제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읽으면서 음침한 기운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무섭지 않았다. 그러나 재미있었고, 공포스러우나 글을 끝까지 읽게하는 매력있는 글이었다.

냉면 맛이 기가막힌 이유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비법일수도 있고, 주술일수도 있었다.

그리고 냉면맛집인 목련면옥은 업을 중시 여겨 사람에게 주술을 입히는 등의 현실과는 떨어져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이 냉면집은 손님이 줄을 잇는 맛집임은 분명했다.

책의 마지막에는 어느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으나, 이 단편이 더 좋았던 점은 이 반전에서 또 하나의 반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반전은 남자. 이 남자가 나는 이런 인물일줄을 상상도 못했다. 그냥 뭐 하나 캥켜 이 곳에 와 있겠거니 했지만, 뉴스에 나오는 인물이였다니 세상사 참 무섭고도 다양하다.



그밖의, <혼종의 중화냉면>은 인물들의 국적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중국집의 요리사였던 아버지를 둔 여자는 언니가 만들어준 중화냉면을 그리워한다.

무언가 본인의 소울푸드는 그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게도 하는데, 여기에서 묘사되는 중화냉면은 과연 어떨 맛인지. 참 궁금해졌다.

나는 아직 중화냉면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이 전의 단편보다 속도감은 없었으나 어떠한 하나의 음식은 우리를 누군가를 그리워도하고 누군가를 기억하게도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게해준 그런 단편이였다.

또한, <남극낭만담>은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남극기지에서 조차 냉면을 만들어먹기도한다.

다큐멘터리 촬영 차 남극대륙 장보고기지에 도착해 남극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내고있는데, 이 남극에서 차가 조난당하고, 통신과도 두절된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리 궁금증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는 되지 못한 것 같다. 그저 펭귄고기의 냉면맛은, 남극에서 먹는 냉면맛은 어떨란가 싶었다.

마지막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이렇게 우리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제목만큼이나 신선한 소재로 냉면단편을 이끌어내었다.

남들처럼 번듯하게 살고 싶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늦잠이 더 좋고 새로움이 두려웠던 남주는 어떤 한 여선배를 만난다.

여선배와 사업을 하게 되는데 그건 인공지능과도 같은 기계로 가게 컨설팅을 하고 맛집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사업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무슨 뚱딴지같고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인가 싶지만, 어떤 한 영화가 아주 비슷하게 연상되기도 하였다. 제목때문이었을까.

냉면 컨설팅 회사와 AI라니 매우 수상쩍고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다 싶었으나 역시나 소설이라 가능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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